"규제 푼다고 등록금 막 올리지 않는다…한번 대학 믿어달라"

[인터뷰]②박상규 대교협 회장…"내년엔 50곳 이상 올릴 것"
"정부투자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인상 제한은 과도한 규제"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중앙대 총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이유진 기자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지난달 7일 열린 취임식에서 박상규 회장(63·중앙대 총장)은 취임사의 3분의 1이 넘는 분량을 재정 문제와 규제 철폐에 할애했다. 대학이 처한 고질적인 난제인 만큼 대교협 회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막중한 듯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28일 중앙대 총장실에서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도 '대학 운영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규제 철폐'와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정부 투자는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는 것은 학생의 성장과 고등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국가적 손실"이라며 "법적으로 보장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부에 규제 폐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를 푼다고 대학이 등록금을 막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한번 대학을 믿고 풀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대교협 회장 임기가 1년이다. 가장 먼저 추진할 것은

▶대학 재정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법적으로 보장된 등록금 인상 한도가 있는데도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서 심도 있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재정이 어렵다 보니 첨단 분야 교육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올해 26개 사립대가 등록금을 인상했는데, 내년에는 50개 이상 올리지 않을까 한다. 총선 지나고 나면 2학기 때 인상을 검토하는 대학도 있을 것이다.

등록금 규제는 과도한 규제다. 10년 넘게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규제를 푼다고 대학이 등록금을 막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 등록금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니까 상한선까지 올리는 대학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번 대학을 믿고 풀어줬으면 한다.

-등록금 문제는 대교협 총회 때마다 제기되는 이슈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대학의 운영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교육서비스의 질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정부 투자는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을 제한하는 규제를 하는 것은 학생의 성장과 고등교육 발전을 저해하는 국가적 손실이다.

앞으로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재정 확보의 중요성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대학 내에서 등록금에 대한 의사 결정이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법적으로 보장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부에 규제 폐지를 요구하겠다.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를 만들었는데.

▶특별회계가 만들어지면서 고등교육 재정 규모가 2023년 9조 7427억 원에서 2024년 15조 5339억 원으로 많이 증가했다. 그런데 3년 한시 지원이라는 한계가 있다. 국가장학금 사업이 특별회계로 이관되면서 실질적 증액은 약 7033억 원에 불과하다. 충분한 고등교육재정 확보라는 목표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고등교육교부금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니까 정치권에서 (초·중등 교육을 지원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떼서 특별회계를 만들었다. 대학 입장에서는 초중고 예산을 빼 오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고등교육의 안정적 재원 확보를 위해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중앙대 총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지역대학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단순히 지역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대학, 지역 사회, 국가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역대학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글로컬대학이나 RISE(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를 통해 지역대학에 대한 재정을 적극 지원하고 지역대학 운영을 어렵게 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혁신공유대학 사업처럼 지역대학이 주 역할을 하고 수도권 대학이 서브 역할을 하는 형태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지속해서 이뤄지면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지 않고 지역에서도 선택권이 넓어질 것이다.

-취임사에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대학이 등록금 동결이나 학령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유학생 유치를 바라보는데, 질 관리를 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우수 학생을 유치하고, 정주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학생을 유치할 때도 대학별로 강점이 있는 학문 분야, 유학생 유치 중점 학과 등을 설정하고 타깃 국가를 전략적으로 선정해 유치 활동에 나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과거 우리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국가와 대학도 과감한 국가적 투자로 세계대학 순위가 상승하고 유학생 유치 시장에서 위협적 존재로 등장한 지 오래됐다. 우리 대학이 교육의 질을 신장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일관된 정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의대 증원 문제만 해도, 의대 문제와 이공계 문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의대 문제만 토론하니까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다양하고 균형 있는 관점에서 정책이 집행돼야 왜곡되는 일이 없다.

그다음은 규제 완화다. 규제가 의외로 많다. 이번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대학 규제 개선에 적극적 행보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규제가 대학을 옥죄고 있다. 대학의 자율적 성장을 어렵게 하는 규제 완화에 더욱 힘써주기를 바란다. 등록금 규제 완화와 같이 더 이상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체적인 측면에서 규제 해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