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유급 4월 중하순이 데드라인…빨리 대화 물꼬 터야"

[인터뷰]①박상규 대교협 회장…"이공계 지원책 필요"
"무전공, 방향성만 제시하지 비율까지 정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중앙대 총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이유진 기자 = "의과대학 학생들은 휴학계를 제출하고 대학은 개강을 연기하고 있는데, 4월 중하순이 데드라인이다. 4주가 흐르면 무조건 유급이다. 빨리 대화가 이뤄져 학생도 돌아오고 전공의도 돌아오는 물꼬를 터야 한다."

지난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제28대 회장에 취임한 박상규 중앙대 총장(63)에게 축하 인사는 사치처럼 보였다. 재정 악화, 학령인구 감소와 같은 고질적인 대학의 어려움 외에도 의대 증원, 무전공(전공자율선택) 확대와 같은 이슈가 연일 대학을 강타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28일 중앙대 총장실에서 만난 박 회장은 의대 증원도 증원이지만 '의대 쏠림' 현상이 "국가 인재 육성 차원에서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의대 증원을 발표할 때 이공계 육성과 인재 양성, 기술 개발에 대한 로드맵이 같이 나와줬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무전공 25%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25%라고 하면 대학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초학문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같이 발표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서 '의대 쏠림'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의대 정원이 갑자기 65% 증가했기 때문에 이공계 교육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의대 증원을 발표할 때 이공계 육성과 인재 양성, 기술 개발에 대한 로드맵이 같이 나왔어야 했다. 우수한 학생이 미래를 결정할 때 미래가 불투명한데 의대 대신 이공계를 선택하라고 하기는 어렵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도 4조 원가량 삭감됐다. 이런 부분을 균형있게 발표했어야 했다.

-의대 선호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의대와 같은 특정 학과로 우수 인재가 편중되는 현상은 국가적 인재 육성 차원에서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의대 선호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위해 파격적이고 구체적인 정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이공계열 투자 확대, 석·박사 과정 학생에 대한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 등 처우 개선, 박사후 연구원의 법적 지위 보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방대학 우수 연구자가 장기적, 안정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 R&D 과제도 지원해야 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 휴학계 제출이 한 달이 넘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안타깝다. 학생들은 휴학계를 제출하고 대학은 개강을 연기하고 있다. 중앙대도 개강을 4월 1일에서 또 연기했다. 여름방학이 두 달이라 여름방학 없이 수업하면 4월 중·하순까지는 개강 연기가 가능하다. 4주가 흐르면 무조건 유급이다.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중앙대 총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대학에서 학생들 복귀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달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의대 증원 때문에 학생들 휴학계 제출이 시작됐는데 대학별 정원 배정을 발표한 이후 대화도 중단됐다. 전혀 소통이 없는 상황이다. 전공의 같은 경우 심지어 절반 정도가 전화번호를 바꿨다.

-강대강 대치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정부가 추진하는 증원도 중요한 문제이고, 증원 이후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갈등은 있지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려는 관점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빨리 대화가 이뤄져 학생도 돌아오고 전공의도 돌아오는 물꼬를 터야 한다.

-의대 교수들의 가장 큰 반발은 의학교육의 질 하락이다.

▶중앙대가 2년 전에 광명병원을 개원하고 3년간 교수를 매 학기 50명씩 뽑았는데 필수 진료과는 거의 불가능하다. 광명만 해도 서울이 아니다 보니 선호도가 떨어지는데, 이번에 증원이 된 대학도 정부가 특단 조치를 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정부가 의학교육의 질 확보를 계속 강조하고 있고 지원도 해주겠다고 하는데, 그런 것이 필요하다.

-중앙대를 포함해 서울 지역 8개 의대만 정원이 늘지 않았다.

▶지금 서울 대학 총장들이 좀 불만을 표하는 건 이런 거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대다수가 경인지역에 병원을 갖고 있다. 광명, 안산, 구리, 용인 등 대부분 의료 취약지구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 수도권 지역의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에 의대가 있지만 서울에 병원이 있는 대학이 많다. 정원 문제를 떠나 누가 더 지역 의료를 위해 기여하느냐 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제 다 끝난 문제라 더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빨리 대화가 이뤄져 병원도, 의대 교육도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중앙대 총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의대 증원 때문에 묻혔지만 '무전공(전공자율선택) 25% 확대'도 대학가 최고 이슈다.

▶정부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대학별 특성이나 비전에 따라 무전공 선발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일률적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방향성만 제시하는 건 얼마든지 좋지만 비율까지 정해주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말을 총장들이 많이 한다. 그래도 많은 대학이 정부 제안에 따라 무전공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데,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학도 있다.

대부분 갈등은 기초학문의 통폐합 등에서 나타난다.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25%라고 하면 대학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기초학문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같이 발표했어야 한다.

-어떤 보완이 필요하나.

▶무전공 제도 도입 여부가 재정지원과 연계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추진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강화하고 사회적 수요가 높은 학문 단위를 확대하는 게 정책적 목표라면 대학의 규모와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학과로 입학했더라도 전과나 복수전공 등을 통해 학생이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면 이것도 무전공의 범주에 포함하거나 소규모 융합 학부 형태를 자유전공·무전공 유형으로 인정해준다면 정책 목표도 달성하지 않을까 싶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