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의고사 수능 '판박이 문항' 차단…출제진 인력풀 검증 강화(종합)

수능 직전까지 사교육업체 모의고사와 유사성 검증
수능 출제진 신규 인력풀 늘리고 무작위 추첨 선정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행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는 출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출제 인력풀 관리 체계화, 출제진 선정 공정성 강화, 출제 중 유사성 검증 체계화, 이의심사 절차 보완을 추진 한다고 발표했다.2024.3.2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남해인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판박이' 문제가 출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부가 유사성 검증 작업을 강화한다. 수능 출제위원은 '상시 인력풀'에서 무작위로 선발한다.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수능 출제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를 확보해 6월 4일 치러지는 6월 모의평가부터 유사성을 검증한다.

사교육업체로부터 발간 계획을 제출받아 수능 출제진의 합숙 전·후 발간된 문제지들을 모두 구매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출제진이 출제본부에서 합숙에 들어간 후 발간된 사교육업체 모의고사 등은 유사성 검증 대상에서 빠지면서 '검증 사각지대' 논란이 계속돼 왔는데 이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유사성 검증은 현직교사로 구성된 '수능 출제점검위원회'가 맡는다. 출제점검위는 공교육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문항' 요소가 있는지 점검하고 이를 제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수능 출제진, 인력풀 '무작위 추첨' 선정

수능 출제진은 평가원이 5배수로 추천한 인력풀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한다.

수능 출제 인력풀을 늘리고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육청·대학 등 기관 협조를 받아 출제위원 자격을 갖춘 신규 인력을 대상으로 검증을 거쳐 인력풀에 등록한다.

사교육 업체 모니터링을 강화해 수능 출제 경력을 홍보하는 출제자가 확인되면 인력풀에서 배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등록된 인력풀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인력풀을 전체적으로 정비했고 대학교와 대학교육협의회, 시도교육청에 안내해 새로운 인력을 충원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출제 인력 본인이 아니더라도 배우자가 사교육 업체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방안이 마련된 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항의 지문과 '일타강사' A 씨의 모의고사 지문, EBS 수능 교재 감수본이 동일한 것으로 파악된 데 따른 조치다.

이달 11일 감사원은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실태 점검' 감사 결과 A 씨와 대학교수, 현직 교원 등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2023학년도 수능을 마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이의신청이 215건이나 접수됐지만, 평가원 담당자들은 이의심사 준비 과정에서 해당 사건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28일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지를 전달하고 있다. 2024.3.28/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사교육 연관성'도 이의신청 심사 기준 포함

이의심사 절차도 보완한다.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부터 이의신청 심사 기준에 '사교육 연관성'을 추가한다.

사교육 문항과 유사성이 제기된 문항은 현직교사로 구성된 '수능 평가자문위원회'가 유사도를 검토해 공정성 저해 여부를 자문한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과거 이의신청 심사제도가 주로 문항의 오류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문항의 오류뿐만 아니라 사교육의 연관성 문항에도 심사 대상으로 포함해서 심의하겠다"고 말했다.

심사는 문항 오류 이의신청 심사와 동일하게 평가원 이의심사위원회가 맡는다. 사교육과 유사성이 높다고 판단된 문항 출제자는 인력풀에서 즉시 배제한다.

이러한 방안이 적용된 6월 모의평가에는 '킬러문항' 출제를 철저히 배제하면서도 적정 변별력을 유지할 예정이다.

오 원장은 "지난해 수능은 기본적으로 일부 영역에서 '생각보다 까다로웠다'는 평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수능은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적정 난이도와 변별력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제도 개선을 통해 수능 출제진과 사교육 간 카르텔을 근절해 나갈 것이며, 올해도 변별력을 확보하면서도 공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공정수능' 원칙을 유지해 수능의 신뢰도를 회복해 나가겠다"고 했다.

올해 수능은 11월 14일 시행되며 이에 앞서 9월 모의평가는 9월 4일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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