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형' 노리려면 초등 전학해야 하나…수도권 학부모 "역차별" 불만
의대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60%까지 상향식 추진
'지방 유학' 문의 늘지만, 중·고교 6년간 다녀야 자격 얻어
- 남해인 기자, 이유진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이유진 기자 = # 주말부부였던 A 씨는 지방 공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인근 근무지에서 7월부터 출퇴근할 예정이다. 지난달 신청했던 지방 근무에 당첨돼서다. KTX와 도로 등 교통이 좋아 서울을 오가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은 데다 4050 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어 학군이 나쁘지 않은 것도 A 씨 마음에 들었다. 올해 초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이 나온 즉시 입시 컨설팅을 받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분 2000명 중 82%에 해당하는 1639명을 비수도권 의대에 배정하고, 18%인 361명을 경인지역으로 확정하면서 입시업계에선 초등학생 위주의 '지방 유학' 상담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대 의대(현 정원 135명)보다 큰 매머드급 지방 의대가 다수 생겼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많게는 기존의 2, 3배 이상으로 늘려주는 대신 신입생 60% 이상은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하도록 권고했다. 지역인재를 '지역의사'로 양성해 지방의료 붕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비수도권 의대가 증원분이 반영된 정원(3058명)의 6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할 경우 최소 1800여 명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다. 부산대와 동아대, 전남대 의대 등이 이미 80% 이상을 지역인재로 선발해 온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지역인재 선발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역 전형'은 지방 의대와 한의대, 치대, 약대 등이 해당 지역 고교를 나온 학생을 전체 신입생의 40%(제주·강원 20%) 이상 뽑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지금 수도권에 거주하는 중·고교생은 지방으로 이사 가도 지역 전형으로 의대에 들어가기는 어렵다. 현재 지역 인재 전형은 해당 지역 고교를 3년간 다녀야 한다. 올해 고1이 되는 학생이 지방 고교에 전학 아닌 입학을 하려면 2주 안에 모든 절차를 마쳐야 해 쉽지 않다.
중학생이 지방으로 가도 '지역 전형 입학'은 어렵다. 중3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입시부터 해당 지역에서 고교는 물론 중학교까지 6년을 다녀야 '지역 인재'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지역 전형으로 의대를 쉽게 가려면 지금 초등학생이 지방 유학을 가야 한다. 올해 초6 이하가 전학을 가서 지방의 중·고교를 6년간 다녀야 '지역 전형'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일부 수도권 학부모들은 "역차별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인재 전형 선발 비율을 60%로 권고하면서 수도권 지역 학생들보다 비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의대 진학에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확대 방침을 두고 '소송을 하고 싶다'는 글도 올라왔다.
작성자는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 40%는 쿨하게 동의하는데, 갑작스러운 60% 추진은 참을 수 없다"며 "의사들처럼 정부에 소송하고 싶다. 역차별과 공정성에 위배가 된다는 쪽으로 주장을 내고 싶다"고 했다. 이 글에는 '수도권에 사는 게 죄다. 역차별이다', '누가 (소송을) 시작해주면 좋겠다', '소송 시작된다면 동참한다' 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체계 개선을 고려했을 때 비수도권 의대 중심 증원과 지역인재전형 선발 확대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수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위원이 최근 국민보건의료실태통계와 건강보험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수도권의 의사수는 211.5명으로 나타났으나, 비수도권은 이보다 20% 적은 169.1명으로 조사됐다. 2011~2020년 사이 연평균 증가율도 수도권이 2.4%로 비수도권(1.9%) 대비 0.5%포인트 높다.
박수경 연구위원은 "의대정원 증원분은 지역 출신 의무선발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등 지역인재 전형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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