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대 교수들 "14일 의대생 유급 분수령…벼랑 끝서 액션 취할 것"
전국 33개 의대 교수들, 전공의 이탈 후 첫 총회
“학생·전공의 없는데 교수 존재 이유 없다“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일부 의과대학 교수들이 사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전국의 의대 교수들이 이번주 공동 대응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33개 의과대학의 교수협의회장이 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9일 오후 서울에서 비공개 총회를 열고 앞으로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나눴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 이후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건 이날이 처음이다.
3시간가량의 논의를 끝낸 후 나온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뉴스1과 만난 자리에서 "어떻게 사직서를 내고 있는지 대학별 상황과 전공의, 전임의들이 떠난 병원에서 교수들이 계속 진료를 하고 있는데 이걸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따로 결의한 사항은 없고 계속 논의를 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의교협 교수들은 이날 총회에서 크게 △의대생들 휴학에 따른 유급 문제 △대학별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교수 사직 문제 등 두 가지 사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었다.
교수들의 사직 문제는 개인적인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사직 의사가 있는 교수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에 그치고 전의교협 차원에서 방침을 정하지는 않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다.
이날 총회에서는 의대생 유급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대생들 상당수가 휴학계를 내고 학교에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 학교 측이 휴학처리를 해주지 않으면 등록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유급 처리된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데 가장 빠른 날이 오는 14일이라고 했다. 이에 교수들은 14일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그 전에 공동 대응 방안을 내놓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8일 기준 의대생 휴학신청 건 수는 전체 의대생의 74.9%인 1만4081건이며, 그중 학칙상 요건을 갖춘 휴학신청은 5435건으로 전체 의대생의 28.9%에 달한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충청권 대학병원 교수협의회장은 "학생들이 휴학을 했을 때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시점이 학교별로 오는 14일과 21일 정도로 나뉘게 된다"며 "이 시점이 지나면 휴학도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등록금도 못 돌려받고 1년 유급되는 상황이 되는데 우리 교수들이 의사표명을 본격적으로 하는 건 학생들의 이런 피해가 예상되는 시점, 전공의들에 대한 처벌이 내려오는 시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 입장에선 학생들과 전공의들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을 상당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 시점이 되기 하루이틀 전, 다음주쯤 우리의 의사 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회장도 "휴학을 하게 되면 등록금 반환 문제가 걸리고 해서 14일, 21일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이 물론 진료는 계속 하겠지만 우리가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학생들이 유급을 당하고 휴학을 하거나 전공의들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교수들이 학교에, 병원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학생도 전공의도 없는데 어떻게 혼자 진료를 하겠느냐. 이럴 경우 교수들도 행동을 취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벼랑 끝에 있을 경우, 정말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의 액션"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은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이날 자리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해 교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창수 회장은 "병원마다 다 전공의들이 빠져나가고 없으니 고민이 돼 잘 지내는지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특별한 말은 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참석자 중 한 교수는 "2020년 전공의들이 파업을 했을 당시에 대한의사협회 행동에 너무 실망을 해서 이번부터는 의협과도 교수들과도 선을 긋고 있다"며 "오로지 전공의 본인들이 만든 일이고 본인들이 행동을 해서 필수의료를 바꾸겠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정부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데 절대 물러나지도 않고 대화의 기본 판을 안 깔아주니 우리가 대화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국민적인 합의가 되는 사항이라면 따를 것이지만 정부에서 말도 안 되는 숫자를 넣어놓고 억압하며 따르라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대학 총장들이 일방적으로 우리가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의 4~5배를 적어 냈는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며 "당장 내년에 유급받은 학생과 증원된 신입생을 받으면 1학년 8000명을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