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베이비부머 의사 은퇴하면 급증하는 의료수요 감당 못해"
2000명보다 줄이면 2045년까지 의사 부족 감내해야
2012년에도 1만5432명 부족 예측했지만 실현 못해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5년간 한 해 2000명씩 총 1만명의 의사를 증원하는 것은 결코 급격하고 크게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특히 베이비부머 의사가 은퇴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더욱 감당하기 힘들어진다고 지적하며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표명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사 확충의 속도는 정책적 판단 영역"이라며 △의사 양성에 소요되는 기간 △필수의료 확충의 시급성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대 △사회 각계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원이 시급한 최소 규모를 2000명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2000명 증원은 번번이 실패하여 늦어진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정책적 결단"이라며 "국책연구기관인 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연구 모두 의대 증원을 하지 않으면 2035년 1만명이 부족하다고 제시했지만 의사단체는 위 연구의 연구자들이 2000명 증원을 직접 제시하지 않고 다른 숫자를 제언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연구자들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로 다른 연구 가정에도 불구하고 3개 연구 모두 2035년 의사 부족분은 1만명으로 산출되었고, 단계적 증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했다"며 "이는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하여 수급추계를 한 전문가 3명이 2035년까지 최소 1만명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또 "2025년에 의대 증원을 하더라도 전공의는 2031년에, 전문의는 2036년에 배출된다"며 "2000명이 아닌 750명 또는 1000명 수준 증원을 한다면 국민은 2045년까지 의사 부족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2년 의학계 추천 전문가 등이 참여한 '의사인력 수급 추계 TF'를 만들어 의사 수가 1만5432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의사단체의 반대로 증원하지 못했다.
2020년에는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증원을 발표하였으나 전공의 등 의사 집단행동으로 다시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1월 복지부는 의협, 전공의 대표 등이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총 28차례 논의를 이어왔다.
박 차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단체는 며칠 전 TV 토론에서 봤듯 의사단체 측 패널도 인정한 의사 부족을 부인해 왔으며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증원에 대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차관은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생각할 때 의료계와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의료개혁을 지체할 수 없다며 △대형병원에서의 긴 대기시간 △상경진료에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지방 환자들 △응급실 뺑뺑이 △지역 병원의 의사 구인난 △잦은 당직으로 가족들과의 삶을 잃어버린 대학병원 의사의 고된 삶 △현장에 늘어만 가는 진료 지원 간호사의 수 △간호사 등 타 의료인에게 의사 업무를 전가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박 차관은 또 의사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35년 65세 이상 인구 수는 현재보다 70% 늘어나고, 그 결과 2035년의 입원일수는 45%, 외래일수는 1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베이비부머 세대 의사와 졸업정원제 적용을 받아 대거 배출된 의사들은 본격 은퇴 시기에 접어들었다. 2035년 70세 이상이 되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은 약 3만2000명으로 10년간 새롭게 배출되는 의사 인원인 약 3만명을 상회한다. 신규 의사가 배출되는 것보다 의사 고령화로 이탈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의미다.
박 차관은 또 바이오헬스 산업, 과학기술 등 분야에서도 유능한 의사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의사 공급 구조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이것이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라고 강조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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