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받는 지방대인데 수험생 무관심…정시 지원자 '감소'
글로컬대학 선정 9개 지방대 정시 지원자 1534명 감소
5곳 경쟁률 하락…"지정만으론 수험생 유인효과 없어"
- 권형진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가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야심차게 시작한 글로컬대학에 대한 수험생 반응이 시큰둥하다.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정시모집에서 지원자 수가 줄고, 경쟁률도 과반수 대학이 떨어졌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정시모집 경쟁률이 상승하고 지원자 수가 1만명 넘게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단순히 글로컬대학 지정만으로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글로컬대학30 사업'에 선정된 9개 대학의 2024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은 평균 4.33대 1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글로컬대학 선정 대학 가운데 포항공대는 수시에서만 학생을 선발해 제외했다.
글로컬대학 선정이 정시 지원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9개 대학의 정시 경쟁률이 전년도 수준을 유지한 것은 정시 모집정원을 367명 줄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전체 지원자 수가 전년보다 1534명(3.8%) 감소했다.
9개 대학 중 5개 대학의 정시 경쟁률이 전년도보다 하락했다. 충북대의 경쟁률이 6.57대 1에서 6.01대 1로, 강원대는 4.35대 1에서 4.28대 1로, 경상국립대는 4.31대 1에서 4.03대 1로, 부산대는 4.10대 1에서 3.97대 1로, 순천대는 3.51대 1에서 3.20대 1로 떨어졌다.
5개 대학은 지원자 수도 감소했다. 지원자 수 감소 규모는 충북대 847명(12.0%) 강원대 647명(9.2%) 순천대 430명(22.0%) 울산대 187명(7.9%) 경상국립대 144명(2.9%) 순으로 많았다.
글로컬대학은 지방대 살리기 정책의 끝판왕이다. 2026년까지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밀어주는 사업이다. 지난해 10개 대학을 처음 선정했다. 선정된 대학에는 5년간 국고만 1000억원을 지원하고, 대학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도 적용하지 않는 파격 혜택을 준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20일 15곳을 예비 선정했고 11월13일 본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예비지정부터 정시모집 원서접수까지 6개월, 본지정 이후에도 한달 보름가량 기간이 있었지만 수험생 선택에는 사실상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다만 충북대와 공동으로 지정된 한국교통대의 정시 경쟁률은 5.86대 1로 지난해 3.92대 1보다 높아졌다. 한국교통대는 한국철도대학과 충주대가 통합한 대학으로 교통 분야에 특성화된 대학으로 꼽힌다.
부산대와 공동으로 지정된 부산교대의 경쟁률도 1.79대 1에서 3.06대 1로 상승했다. 글로컬대학 효과라기보다 정시모집에서 합격 점수 하락 기대 심리가 작용하면서 전국 교대 경쟁률이 급상승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글로컬대학 지정이 지난해 11월 발표됐지만 실제 정시 지원에서 수험생이 이를 의식하고 지원했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공동으로 지정돼 특정 분야에 특화된 한국교통대 같은 경우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글로컬대학의 지정 목적에 맞는 특성화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경우 단순 지정만으로는 수험생 유인에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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