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 증거 능력 없다…교총 "마땅한 판결"

대법, 증거 능력 인정 원심 판결 파기·환송
"교육활동 무단 녹음과 유포 명백히 불법"

한국교총과 17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 관련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 하고 있다. 2023.11.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기자 = 부모가 몰래 아이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마땅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11일 입장문을 내고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활동 무단 녹음 행위와 유포는 명백히 불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교총은 "현재 교원들은 갈수록 늘어나는 학부모들의 무단 녹음에 무방비 노출되고 있다"며 "교원들은 언제든지 본인의 발언이 녹음되고 유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법 도청이 횡행하고 교사가 감시당하는 교실에서는 어떠한 교육도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총은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교총과 현장 교원들의 탄원 내용을 적극 반영한 결과"라며 "수업 등 교육활동 중 불법 녹음, 유포 행위 등을 근절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무단 녹음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행위는 중대 교권침해로 엄벌해야 한다"며 "교실 내 아동학대 여부에 대해서는 몰래 녹음이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 참여와 합리적 민원 절차, 교육청의 사안조사 등 합법적이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담임에게서 심한 말을 들었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부모는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다. 녹음기에 담긴 A씨의 발언이 1·2심 법원에선 증거 능력으로 인정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A씨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수업 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써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또 "아이의 부모가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의 상대방, 즉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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