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일타강사 지문 판박이 논란…교육차관 "관리·대응 미흡"

사교육 카르텔 긴급 점검회의에서 "송구…책임 통감"
"수능 관련 모든 과정에 사교육 유착 차단방법 강구"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2024.1.9/뉴스1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대형 입시업체의 사설 모의고사와 유사한 지문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 문항에 출제된 데 대해 교육부가 뒤늦게 사과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지문은 비슷한 시기에 제작하던 EBS 수능 연계교재 감수본에도 실린 사실이 최근 알려져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일었다.

교육부는 오석환 차관 주재로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교육 카르텔 관련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관계자도 참석해 수능·모의평가 출제 과정, EBS 교재 집필 과정을 점검하고 보완 대책을 논의했다.

오 차관은 회의에서 "수능 연계교재로서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EBS 교재의 집필·감수 과정에 대한 관리나 사교육 관련성이 제기된 수능·모의평가 문항에 대한 사후 대응이 미흡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어떤 시험보다 공정해야 할 수능에서 의혹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송구하다"며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수능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을 더욱 출저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오 차관은 EBS 교재 집필·감수 과정을 더욱 엄정하게 관리하고 사교육 관련 의혹이 있는 수능·모의평가 문항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오 차관은 "EBS 집필과 감수에 참여하는 현직 교원 등은 사교육업체에서 겸직이 당연히 금지되나 집필·감수 과정에서 이를 좀더 철저히 점검할 수 있도록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 출제 과정 전반에서 카르텔 유발 요인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이의신청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에도 보다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특히 사교육 관련 의혹이 있는 수능과 모의평가 문항 등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날 긴급 점검 회의는 2022년 11월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과 거의 유사한 지문이 일타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제집은 물론 비슷한 시기 제작하던 EBS 수능 연계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마련됐다.

수능 영어 23번 지문은 당시에도 수험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명 일타강사가 제공한 모의고사 지문과 거의 동일하다며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평가원은 "우연의 일치"라며 심사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

그러나 동일한 지문이 당시 제작하던 EBS 수능 연계교재 감수본에도 실렸던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의혹이 커지고 있다. EBS 수능 연계교재에 실린 지문 등은 수능에서도 출제된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해당 지문은 2023년 1월 발간된 EBS 교재 최종본에는 실리지 않았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