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등록금 동결하라" 공문에 전화까지…대학 압박 나선 교육부
법정 인상률 5.6%에도 교육부 적극 권고에 눈치 보는 대학
서울대 등 국립대 등록금 동결 확정…일부 사립대 동결 논의
- 권형진 기자, 이유진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이유진 남해인 기자 = 교육부가 대학들에 올해 등록금 동결을 "적극 권고"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공식문서와 함께 전화로도 재차 등록금 동결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강한 압박에 학부 등록금 동결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4학년도 대학 등록금 동결을 적극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고를 전체 대학들에 발송했다.
교육부는 매년 등록금 법정 인상률의 상한선을 정해 대학들에 공고하는데, 올해는 동결을 적극 권고한다는 내용까지 공문에 포함했다.
올해 교육부는 2024학년도 대학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을 지난해 4.05%보다 1.59%포인트(p) 높은 5.64%로 공고했다. 5%대의 인상 한도는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된 2011학년도(5.10%) 이후 처음이다.
고물가 시대에 발맞춰 등록금 인상률이 역대급으로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을 권고하는 교육부 압박에 못이겨 올해 학부 등록금 동결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사립대 관계자는 "매년 등록금 인상 한도를 정하는 공고가 교육부에서 내려오는데, 올해는 '동결 권고' 내용이 특히 더 강조된 분위기"라며 "교육부에서 동결할 것인지 묻는 전화를 받아 내부적으론 등록금 동결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또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 공문을 지난해 12월29일에 받은 것이 맞다"면서 "별다른 인상안 없이 학부 등록금 동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동결할 것인지 묻는 확인 전화를 받아 학부 등록금 동결 의사를 전했다"면서 "같은 지역의 대학들도 모두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은 물론 각 대학들에 전화를 걸어 동결할 것인지 확인까지 하자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을 따라 동결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미 서울대와 경북대, 전북대 등 국립대는 등록금 동결을 확정 발표했다.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아직 열리지 않은 다른 대학들 역시 대부분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학부 등록금은 그대로 동결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등심위가 끝나지 않아서 확정이라곤 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 동결을 논의 중인 분위기는 맞다"고 했다.
대학들이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엔 '국가장학금Ⅱ' 유형과 글로컬대학30 선정 등 다양한 정부 지원 정책이 걸려있는 탓이다.
2012년부터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 한해 국가장학금Ⅱ를 지원하고 있다.
국립대 관계자는 "10년 넘게 등록금을 동결해 대학 운영에 재정적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국립대는 특히 정부 방침에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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