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시 모집 8개월 남았는데…'무전공 확대'에 대학·수험생 '혼란'
구체적 선발 규모·방식 정하지 않은 대학도 다수
입시계 "입시판 거의 리셋 수준"…수험생 부담 가중
- 이유진 기자, 남해인 기자
(서울=뉴스1) 이유진 남해인 기자 = 교육부가 올해 고교 3학년에 적용되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무전공 입학'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학들이 선발 규모 등 세부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형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지만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인데다 구체적 방침을 세우지 않아 도입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 없이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학은 2025 대입부터 입학할 때 바로 전공을 정하지 않고 2학년 이후 전공을 결정하는 무전공·자유전공 입학생 모집 규모를 확대하거나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울대는 기존 정원이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학부 대학'으로 옮기고 신입생 정원을 4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입학 정원 약 2600명 중 약 15%에 달하는 인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의대와 치대, 간호대, 사범대 등을 제외하고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은 입학 후 일정 과목 이상을 이수하면 전공을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한양대는 대입 전형에서 자유전공학부인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하고 250명을 뽑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사회 변화 흐름에 맞춰 전공 벽을 허물어 유연하고 개방적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동국대도 전체 정원의 10% 수준인 최소 200여명을 문이과로 통합으로 선발하는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다.
고려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다른 서울 사립대들은 아직 구체적인 선발 규모나 선발 방식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무전공 입학생 선발 확대를 위한 논의 초기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대입 전형은 4월 확정되는 만큼 서서히 논의에 나선다는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관련 부서들에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과거 운영했던 자유전공제 부활 등 다양한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학정원 등 구체적 수치는 정해지지 않았다.
대학에서 무전공 입학생 선발 확대 논의에 나선 것은 교육부가 무전공 입학을 도입하는 학교에 예산 지원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아직 몇몇 학교 외엔 구체적인 문이과 통합 선발 여부와 규모 등은 정하지 않았다.
당장 대학들이 모집인원과 선발 방식 등을 수정하려면 4월까지는 결정해야 하지만 현재 논의 초기 단계에 불과한 모습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구체적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추후 교육부 방침에 따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웬만한 예체능 계열 등 전공 과가 많아 다른 대학들보다도 논의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한 경험이 없는 대학들도 있어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기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대학 운영 차원에서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무전공 또는 자유전공학부 학생 선발 규모를 확대할 경우 수험생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고3 입장에서는 9월 초 시작하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8개월도 남지 않아 구체적인 대학의 선발 방침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이과를 통합으로 뽑는 자유전공학부가 늘어난다면 의학계열 다음으로 합격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입시판이 거의 리셋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학과별 모집정원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고 합격선도 대거 조정될 것"이라며 "상위권이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무전공 선발 확대' 내용 등을 담은 대학혁신지원사업 개편안과 국립대학육성사업 개편안 시안에 대한 대학 현장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이달 중 확정하기로 했다.
rea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