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외면이 더 걱정"…'대학별고사 강화' 딜레마 빠진 대학

수능서 빠진 미적분Ⅱ·기하, 내신·논술·면접으로 평가 가능성
섣불리 추가했다가 지원 기피할 수도…"진학 후 교육도 고려"

한 대학 캠퍼스가 논술고사장을 나서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과학 심화과목이 빠지고 고교 내신 변별력 하락이 점쳐지면서 대학들이 '대학별고사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러나 학령인구 급감의 여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대학들이 섣불리 이를 꺼내들지는 못할 전망이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능 수학영역 출제범위에서는 미적분Ⅱ·기하 등 이과생들이 공부하던 심화과목이 제외된다. 선택과목 형태로 검토했던 '심화수학' 도입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새로 도입되는 수능 통합사회·통합과학도 고등학교 1학년 공통과정으로 구성돼 심화 내용이 빠지게 된다.

이를 두고 대학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공계 학생들이 대학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요소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고교 내신만으로 대입 평가를 하는 것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은 기존 9등급 체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된다. 그에 따라 1등급은 기존 4%에서 10%로, 2등급은 7%에서 24%로, 3등급은 12%에서 32%로 늘어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1등급을 받기 어려운 것은 여전하겠지만 2·3등급의 범위가 매우 크게 넓어지면서 내신 변별력이 아주 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들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대입 전형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시모집에서 이공계열 모집단위는 수능 외에 심화수학·과학 관련 과목의 내신을 전형 자료로 반영할 수 있다.

교육당국도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내신을 통해서도 미적분Ⅱ·기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수시모집에서 면접·논술고사에 심화 내용을 포함해 학생들을 변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 전형 역시 서류 정성평가를 도입하거나 전공 연계과목 이수 여부를 반영할 수 있다.

내신 변별력 약화로 학생부교과전형을 원래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면 면접고사를 추가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대학들이 선뜻 대입 전형 요소를 추가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수도권 대학마저도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형요소를 늘릴 경우 수험생들이 지원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일부 상위권 대학, 학과 등을 제외한 상당수 대학은 심화수학에 대한 특별한 제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상위권 대학이라고 할지라도 진학 후 1학년 때 전공 강좌 등으로 미적분Ⅱ 등을 교육한다는 계획을 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