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수학에 쪼개진 수학계…학계 '찬성' 현장교사 '반대'
전국수학교사모임 "심화수학, 가혹한 입시지옥으로 학생 내몰 것"
대한수학회 "심화수학 제외되면 국가경쟁력 약화와 직결…재앙적"
- 이호승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 =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 중 심화수학 도입 문제를 놓고 학계와 현장교사들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이과계열 대학교육을 위해 심화수학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학생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의견 수렴 중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이르면 8일 심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국교위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이달 말까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어서 국교위 발표 이후 교육부 확정 발표까지 학계와 현장 교사 간 갈등은 극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한수학회 등 학계와 달리 일부 현장 교사들은 심화수학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일선 수학교사들의 모임인 전국수학교사모임(전수교)은 최근 배포한 성명서에서 심화수학이 도입될 경우 학생들을 더욱 가혹한 입시지옥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수교는 "심화수학에 응시하려면 3학년 1학기까지 미적분2와 기하를 모두 이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일선 학교에서는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에 수학 과목을 2개씩 편성해야 한다"며 "부담은 학생들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수교가 지난달 10~15일까지 전국 중·고교 수학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심화수학이 개설될 경우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교사의 비율이 70.9%에 달했다. 학생의 수학 학습 부담을 늘릴 것이라는 응답도 68%로 높게 나타났다.
전수교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 미적분2와 기하를 꼭 이수해야 한다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심화수학이 수능과 같은 고부담·고비용 시험으로 들어오는 순간 수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수교는 또 심화수학이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사교육 카르텔' 해체 방침과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교수·학자가 주축인 대한수학회는 심화수학에 포함된 미적분2와 기하는 이과계열 대학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대한수학회는 교육부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공개하자 "심화수학의 신설 여부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대한수학회는 당시 성명에서 "미적분2와 기하가 수능 과목에서 제외된다면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과학·기술 혁신 정책'에 역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국가경쟁력 약화에 직결되는 재앙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수학회는 "(심화수학에 포함된) 미적분2와 기하는 이과계열 대학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목인데 이를 '심화수학'이라고 명명한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을 추가로 배울 것 같은 뉘앙스를 나타내려는, 의도적인 용어 선택"이라고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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