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사라진 수능, 학원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킬러 빠져도 고난도 문항 증가…사교육 유인 줄지 않을 듯
올해 수능, 전체 난도 상승으로 중상위권 불안감 더 키워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정화여고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치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2023.11.17/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남해인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초고난도 문항, 이른바 '킬러문항'이 사라졌지만 사교육 시장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킬러문항은 배제됐지만, 전반적인 난도가 상승하면서 중상위권, N수생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오히려 활황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의약학 계열 등을 노리는 최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험생은 킬러문항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지만, 전체 난도가 상승한 이번 수능이 중상위권 수험생의 불안감을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번 수능이 사교육업체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킬러문항은 사라졌지만, 길어진 지문, 헷갈리는 선택지 등 새로운 유형의 수능이 등장한 만큼 이런 유형의 수능에 빠르게 대처하는 입시업체가 급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 위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이전에는 학원들이 킬러문항, 유사 킬러문항을 만들어 많이 풀게 했다면 이제는 길어진 문항, 이른바 '매력적인' 선택지에 대비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누가 새로운 수능을 더 빨리 분석하고 이에 특화된 상품을 내놓느냐에 따라 학원 서열이 뒤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송 위원은 "킬러문항이 사라졌을 뿐 상위권 대학에 가려는 수험생·학부모의 욕망은 그대로고, 의대 정원 증원 등으로 입시 경쟁은 오히려 심화될 것"이라며 "이르면 내년 초에는 새로운 상품과 대비법을 내놓는 학원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상담교사인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김 교사는 "여태까지 킬러문항은 1등급~만점 구간의 수험생을 제외한 수험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다수의 수험생은 킬러문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문항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이런 전략을 세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사는 "이번 수능 수학의 경우 정답률 30% 이하 고난도 문항과 30~50% 중난도 문항이 늘었다"며 "킬러문항 배제에도 불구,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수험생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킬러문항을 배제했다면 고난도 문항이라고 해도 도전이 가능해야 정상이지만 이번 수능은 '킬러문항을 배제한 수능은 어려운 수능'이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국어는 전 영역에서 다 어렵게 출제됐으니 전방위적인 대비가 필요하고, 수학는 고난도의, 복잡한 계산식을 요구하는 방식의 문항에 집중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사교육 유인은 감소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