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수능]38일간 감금·합숙…출제·검토위원도 '해방'

5교시 끝나면 밖으로…전자기기 반입 금지·합숙장소도 '극비'
'킬러문항' 걸러내는 '출제점검위' 검토단계 신설…함께 합숙

한 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과 담임선생님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16일, 시험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수능 출제·점검위원들이 일제히 '감금' 합숙에서 '해방'된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모든 출제·검토위원은 이날 마지막 5교시가 끝나야 비로소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다.

올해 수능 출제·검토위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관리 인력 등 출제본부 730여명은 모처에서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38일간 합숙생활을 했다.

위원들의 코로나19 PCR검사에 할애하는 날이 없어지면서 전체 합숙 기간도 지난해 39일보다 하루 줄었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이들의 합숙 출제·검토는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된다. 출제·검토위원이 문제를 유출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합숙장소를 가족들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모든 전자기기 반입은 금지한다. 문항 출제·검토를 위한 인터넷 사용만 허용한다.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마저도 보안요원이 점검한다.

수능 출제는 기본적으로 출제위원이 문제를 내고 검토위원들이 난이도·오류 등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부터는 통상적인 검토 절차에 고난도 문항 검토 단계까지 신설됐다. 다수의 조건이 활용되거나 다양한 풀이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 고난도 문항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이는 2022학년도 수능에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출제오류가 발생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해 3월 마련된 절차다.

사회·과학 분야 검토 자문위원을 8명에서 12명으로 확충하고 전체 출제기간을 기존 36일에서 38일로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부터는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출제점검위)의 검토 단계까지 생겼다.

출제점검위는 올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데 따라 이를 집중 점검하기 위해 구성됐다.

위원 25명 전원은 시·도 교육청 추천을 받은 경력 10년 이상의 교사다. 과거 수능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경력도, 사설 문제집 발간에 참여한 적도 없는 교사들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됐다. 자녀 중 대입 수험생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은 검토를 마친 문항을 살펴보며 킬러문항으로 여겨질 수 있는 소재·논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예외 없이 함께 '감금' 합숙생활을 했던 출제점검위 역시 이날 합숙소를 떠나게 됐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