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도 추진했던 '대학구조개혁법' 18년간 지지부진 '왜'
국회마다 법안 발의돼 '공청회'…'잔여재산 처리' 문제로 좌초
이번에도 여야 3개 법안 발의…공익법인 출연은 다소 공감대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사립대 구조개선법' 제정은 지난 18년간 번번이 좌초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자발적 구조개혁을 촉진하기 위한 움직임은 과거 노무현 정부부터 본격화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감축 정책을 추진하면서 사립대학의 퇴출을 촉진하는 '대학구조개혁특별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여당의 반대로 법안 발의 자체를 포기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에 이르는 18~20대 국회에서는 국회가 새로 구성될 때마다 총 7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주로 지금의 국민의힘(한나라당·새누리당 포함) 의원들이 조금씩 이름을 달리하며 유사한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국회 공청회도 2011년과 2015년, 올해까지 3차례 열렸지만 이전까지는 전부 여야 합의 불발 등을 이유로 입법화에는 실패했다.
그간의 입법화 실패에는 잔여재산의 귀속 주체·환원 문제가 관통한다. '해산장려금' 등 형태로 설립자·법인운영자에게 잔여재산을 환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지난 18년간 제안된 각각의 법안은 잔여재산 귀속 주체와 환원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여당 반대에 부딪혀 법안 발의에 실패했으나 '설립자에 대한 재산 환원'을 추진한 바 있다.
그 밖의 법안에도 잔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익·사회복지·직업능력개발훈련법인, 평생교육시설 운영 비영리법인 등에 출연하거나 설립자·이사장 등에게 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둘러싼 의견은 학교법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학생 등록금, 정부 지원금 등이 투입돼 학교법인 재산도 공적 자원의 성격을 띤다는 의견과 사유재산성이 인정된다는 의견이 맞선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현 정부에서는 학생 등록금·세금 '먹튀'를 막고 공익·사회복지법인으로 돌리자는 데는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일부는 공익·사회복지법인 출연까지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교법인을 해산하면서 잔여재산 처분 특례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특혜"라며 "그럼에도 이를 논해야 할 만큼 사립대학 퇴출이 시급한 문제라면 최소한 잔여재산 처분 특례의 효과와 우려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데 현재까지 요원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학교법인을 재단법인으로 보고 사유재산성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자진 폐교가 요구되는 만큼 잔여재산의 활용범위를 넓히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잔여재산 환원 문제는 21대 국회에서도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회에는 이태규·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립대학(학교) 구조개선 지원법'이 각각 발의돼 있다.
정경희 의원안은 잔여재산의 30% 이내 범위에서 설립자 등에게 해산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태규 의원안과 강득구 의원안은 해산장려금 대신 잔여재산을 공익·사회복지법인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내용만 담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산장려금이 있다면 대학 해산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비율은 학교법인 잔여 재산의 30%가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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