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일반대에 혼재된 직업교육 기능"

[인터뷰]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기능 재구조화, 고등직업교육 정체성 확립해야"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지방대학 위기', '지방 소멸 가속화'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올해 대학·전문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4만586명을 채우지 못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대학의 미충원 규모가 전체의 75%인 3만458명에 달한다.

전문대학의 위기감은 더 크다. 전체 미충원의 인원의 59.6%에 달하는 2만4190명을 뽑지 못했다. 전문대 모집인원이 대학·전문대학 전체 모집인원의 32.8%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충원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를 가장 앞서 겪고 있는 전문대학은 이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실에서 남성희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을 만나 학령인구 감소에서 촉발된 전문대 위기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남 회장이 강조한 해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남 회장은 "전문대학이 처한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직업교육 기능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혼재돼 있다는 것"이라며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혼재된 직업교육 기능을 시급히 재구조화해 중복된 기능을 제거하고 고등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고등직업교육 질 제고를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수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가능하도록 재정 확보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령에 기반한 '고등직업교육교부금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올해 대학가 최대 화두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량 미충원 사태가 현실화됐다는 데 있는 것 같다. 특히 지방대학의 어려움이 큰데, 전문대학 사정은 어떤가.

▶올해 입시 결과 평균 등록률이 84.4%인데 비수도권은 82.6%다. 특히 부산, 충청, 제주지역은 70%대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의 경우 교육여건뿐 아니라 정주여건 개선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지방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현재 전문대학 위기의 원인으로는 학령인구 감소, 사회·경제적 변화, 입학자원 측면을 들 수 있다. 지방 전문대학은 인구 감소에 더해 추가적으로 인구와 경제의 도시 집중에 따른 지방 인구 유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 관광, 호텔, 조리 분야 등 전통적으로 전문대학 특성화 분야의 일자리가 대폭 감소되면서 관련 학과에서 학생 모집에도 어려움이 많다. 입학자원 측면에서 보면,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기초학습 능력이 미흡한 학생들이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학생들이 공학계열을 기피하면서 전통적인 공학계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방대 위기, 전문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은.

▶우선, 고등교육 체제를 연구·교육중심대학과 직업교육중심 대학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 현재 전문대학 어려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직업교육 기능이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에 혼재된 직업교육 기능을 시급히 재구조화해 고등직업교육의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직업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강화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등직업교육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반대학의 전문대학 전공 카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이런 사례들은 결국 학생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2년이면 배울 전공을 4년간 배우게 하고, 졸업 이후에는 학력에 맞는 임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서라도 일반대학에서 전문대학 학과를 모방하는 것은 이제 중단돼야 한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에서 우선 추진하는 것은 대학 스스로 정원을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같다. 지방대학, 전문대학이 결국 정원 감축의 타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있다.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연동된 대학 입학정원 감축은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과 지방 소멸·공동화 대책과 부합하도록 개선돼야 한다. 최근 10년간(2010-2020년) 입학정원 감축현황을 보면 일반대학은 3만470명 줄인 반면 전문대학은 두 배인 6만60명을 감축했다.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2018~2020년)부터 자율적 정원 감축으로 전환된 이후 지방대학과 전문대학 중심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감축한 입학정원의 70∼80%가 비수도권 대학에서 감축됐다.

이는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국가 균형발전정책과 지방 소멸·공동화 대책과도 배치된다.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 합리적 수준에서 균형적인 입학정원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학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중심이 되고 있다. 전문대는 실습·실기 과목이 많아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대학은 교과목의 70% 이상이 실습과목이다. 재택실습이 가능한 과목은 실습도구와 실습 소프트웨어를 택배로 발송해 온라인 강의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하지만 일부는 현장실습 취소, 콘텐츠 부족 등으로 실습과목 운영에 애로가 많은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상표준원격실습실' 구축이 시급하다. 가상표준원격실습실이 구축되면 학생들이 소속 대학과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온라인 현장실습이 가능하다. 학생들의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년도 정부 예산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할 생각이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정부의 전문대학 정책이나 지원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

▶가장 아쉬운 점은 여전히 재정 지원이 미흡한 점이다. 전문대학은 재정규모가 일반대학의 18%에 불과하고, 교비회계가 8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반대학에 비해 재정 구조와 규모가 미흡한데도 똑같이 장기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입학금을 폐지하면서 현재 재정여건이 최악의 상황이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가능하도록 '고등직업교육교부금'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증가하고 있는 성인학습자들에 대한 직업교육 강화를 위해 '평생직업교육 장학금'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가 최근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와 이를 위한 규제 혁신 계획을 밝혔다.

▶최근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유턴입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25세 이상 성인학습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체 재학생의 1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정부의 주요 대학평가와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에서 '취업률'이 강조되다 보니 성인학습자를 위한 평생직업교육을 확대하고 성인 친화적 학사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급변하는 시기에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법령 정비와 행·재정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전문대학의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문대학의 위상이나 경쟁력이 높아졌다거나 낮아졌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수많은 위기와 변화 속에서도 전문직업인을 배출해 우리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 시대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베이비붐 세대가 인생 이모작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재직자 재교육, 경력 단절자와 실직자의 재취업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직업교육 등을 통해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jin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