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총장 사퇴…학내갈등에 '정유라 입학·특혜'의혹이 결정타

'사퇴는 없다' 입장 고수하며 사면초가…갈등 봉합 실패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관 이삼봉홀에서 열린 '최순실 딸 특혜 논란'과 관련한 학생들과의 대화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19일 결국 사임했다. 학생들이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 철회 및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한지 84일 만이다.

80여일간의 학내 갈등에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던 최 총장은 연이어 터지는 정유라씨 특혜 의혹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최 총장은 '이화의 구성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이화가 더 이상 분열의 길에 서지 않고 다시 화합과 신뢰로 아름다운 이화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총장직 사임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 및 시위가 아직까지 그치지 않고 최근 난무한 의혹들로 심려를 끼쳐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학교가 위기를 잘 극복해 이화의 역량과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사임한다"고도 했다.

최 총장이 사퇴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특혜 의혹으로 학내 분열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지난 17일 정씨 의혹을 해명하겠다며 학내 구성원을 상대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었다.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고, 일부 학사 관리에서 부실한 부분은 자체 진상 조사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에 적극적인 해명이 있었던 다음날에도 정씨와 관련된 새로운 의혹은 계속 보도됐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는 "학교의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며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예정대로 진행할 뿐 아니라 총장이 해임될 때까지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했다.

학생들도 교수협의회에 시위에 동참하고 오는 11월3일 교수들이 주도하고 학내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총시위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관 이삼봉홀 앞에서 최순실 딸 정모씨의 부정입학 및 특혜에 관련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 News1 임세영 기자

이에 최 총장은 평단 사업에서의 '불통 행정'에 정유라씨 특혜 의혹까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학내 갈등을 총장직을 수행하면서는 수습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 총장은 그동안 '사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임기 내 벌어진 갈등을 봉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총장의 학생과의 대화 시도, 고소 취하를 위한 탄원서 제출 등은 구성원들을 설득하지 못했고 오히려 오해와 불신만 낳았다.

최경희 총장은 사퇴했지만 향후 과제는 남았다. 기존에 제시된 정유라씨의 입학과 학사관리 의혹을 어떻게 검증하고 사실을 밝혀낼 것인지가 관건이다.

학교측이 일부 시인한 정씨의 학사관리에서의 부실 문제를 법인 소속 조사위원회가 어디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 제대로 진상을 규명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학내 구성원들은 못 믿겠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씨 특혜 의혹을 권력형 특혜 의혹을 규정하며 검찰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상태다.

왜 수업 프로그램에서 정씨 혼자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는지, 엉터리 과제와 제대로 된 증빙서류 없이 학점을 인정받게된 과정은 무엇인지 등 남아있는 의혹에 대해 명백히 밝혀내지 않는 한 학내 혼란을 수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y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