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최순실 딸 의혹…알맹이가 빠진 해명, 커지는 의혹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이삼봉홀에서 정씨 관련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학내 구성원 대상 비공개 설명회가 열렸다. 학교 측이 평생교육단과대학으로 불거진 학내 갈등을 해결하고자 학생들과의 대화를 시도했던 그 자리다.
설명회에서 최경희 총장은 "전혀 특혜는 없었다"고 말했다. 송덕수 부총장도 "입시는 아주 엄정하게 진행됐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씨의 학점 관리에서 부실은 인정한다"며 학교 법인 감사실을 통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했다.
학교의 입장을 요약하면 '규정대로 처리했으나 일부 관행에 있어서 발생한 문제를 자체 조사하겠다. 이로 인해 총장이 사퇴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최경희 총장이 최순실씨와 관계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감있게 답변했다"고 설명회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의 해명은 언뜻 논리적으로 보인다. '정씨가 입시 원서를 내기 1년여 전에 체육특기생 전형에서의 종목을 늘렸으니 정씨와는 관련이 없다', '학칙 개정 역시 불가피하게 결석할 수밖에 없는 학생 모두를 위한 것이지 정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학교 측은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3년 체육과학부 교수 회의록과 2015학년도 입시요강 확정 기록을 근거로 내세웠다. 학칙 개정으로 소급적용된 사안은 총 58건이라고 구체적인 숫자도 제시했다.
하지만 왜 하필 입시요강과 내규 및 관행이 정씨의 입학 전후로 바뀌었는지, 이로 인한 혜택의 대부분이 정씨에게 집중될 수 있었는지는 해명하지 않았다.
또 정씨가 혜택을 받은 일련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학교 측은 정씨와 관련된 수많은 의혹 중 유일하게 '학사 관리 부실' 문제를 인정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교수가 재량권을 갖고 성적이나 출석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생긴 작은 문제 정도로 축소했다. 학교 법인 감사실을 통해 꾸려지는 진상규명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전국민적인 관심 사안을 학내 구성원의 문제로만 보고 설명회를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학교에서 해명하고 싶어하는 사안만 골라 답하는 소극적인 태도도 아쉬웠다.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라는 말이 있다. 정씨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우연과 행운은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박탈감을 안겼고, 스승과 제자 사이에 그나마 남아있던 신뢰감마저 무너뜨렸다.
정씨 관련 의혹을 학교만의 작은 오점으로 규정해서는 안된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금수저'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했던 대통령이 말이 무색해지며, 수많은 젊은이들은 내 부모가 대통령의 친구가 아니라는 이유로 손해를 봐야하나 분노하게 될 것이다.
이화여대는 이미 대한민국 대학들의 불통행정을 대변하는 아이콘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여기에 정씨 관련 의혹이 더해진 상황은 과연 우연일까? 학내 구성원뿐 아니라 전국민이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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