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중점학교가 자사고 출구전략"(종합)

서울 일반고 교장단 간담회…"자사고 폐지해야" 한목소리

(서울=뉴스1) 안준영 기자 = 조희연 교육감이 16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일반고 교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교장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figure>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일반고 교장들의 첫 만남에서 '공공의 적'인 자율형사립고가 도마위에 올랐다. 조 교육감과 일반고 교장들은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는 중점학교로 육성하겠다"며 예체능, 과학, 영어 등 특정 과목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일반계 고교인 중점학교를 자사고 출구전략으로 제시했다.

조 교육감은 16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서울 시내 공·사립 일반고 교장단과 간담회에서 "일반고에 획기적인 교과과정 자율성을 부여해 앞으로 모든 일반고를 자사고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 서민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유로운 교육을 받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꿈과 끼를 펼치고 재능을 실현하는 교육을 만드는 게 꿈"이라면서 "임기 4년이 짧은 기간이지만 이런 꿈을 실현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사고 보내는 부모님의 간절한 소망도 그런 것일 것 같다. 그 소망이 일반고에서도 온전히 실행되는 교육 현실을 만들고 싶다"며 "모든 일반고를 자사고 수준으로 상향평준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획기적으로 일반고를 강화하는, 자사고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현실을 만들겠다"면서 "자사고에서 실험한 좋은 것은 수용하되 궁극적으로는 일반고가 교육 체계에 확고히 자리잡는 현실을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조 교육감은 "지금 한국이 두개의 한국으로 가느냐, 하나의 한국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교육이 하나의 한국,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의 통로가 됐으면 한다"면서 "영재교육, 수월성 교육을 부정하지 않지만 일반고가 공교육의 중심에 서서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런 꿈을 어떻게 현실로, 제도로 실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고민"이라며 "자사고, 특목고에 자율성을 주는 것보다는 일반고에 오히려 획기적인 자율성을 줘서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그것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참석 교장들은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은 자사고로의 우수학생 쏠림현상 때문으로 자사고의 선발권을 제한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교장들은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예산지원을 확대하는 등 일반고가 자사고를 넘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반고에 우수교사를 배정하고 교사의 직무 헌신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고교선택제로 인해 선호도가 낮은 학교의 경우 출발점부터 불리하다"며 "지역여건, 학교시설, 남녀공학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대학 진학이나 예체능 교육을 원하는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직업교육 희망학생을 위한 직업교육위탁생 수용을 확대하는 등 일반고 학생 구성원의 다양한 수준과 욕구를 반영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반고 교장들의 '하소연'이 봇물처럼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지역의 한 교장은 "특목고는 일부 우수학생이 지망하니 일반고에 큰 영향이 없지만 자사고는 일반학교 바로 옆에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 있다"며 "매달 자사고에 결원이 발생하면 인근 일반고 최우수학생이 이동하고 반대로 자사고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일반고로 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는 빈익빈빈익부의 전형적 현상으로 교사들의 자괴감이 엄청나다"며 "작년에 자사고 문제를 교육부에서 건드린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자사고에게 유리한 선발권만 주어졌다. 그래서 자사고 재지정 작업에 대해 우려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남부의 한 교장도 "2012년도 기준 신입생들의 중학교 내신 성적이 53% 수준이고 이듬해는 60%까지 떨어졌다"며 "자사고가 중간층을 흡수해가기 때문에 교사가 수업 진행이 어렵다. 자사고는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뽑는 경쟁이 아니라 가르치는 경쟁을 해야 한다. 경쟁자체가 안 된다. 똑같은 조건에서 출발하게 하면 입시경쟁을 같이 할 수 있다"며 "자사고가 없어지고 일반고가 똑같은 조건으로 20~70% 학생들이 충원되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교장들의 의견을 들은 뒤 "자사고에 대한 강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대다수라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러나 자사고가 수만 명이 걸린 문제이기에 쉽지 않다. 지원을 통해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전환의 수단이 바로 예체능, 과학 등 중점학교다. 일반고로 전환하는 자사고는 중점학교로 육성하겠다. 퇴로를 중점학교 형태로 하려 한다"며 "재학생이 졸업 때까지 2~3년 동안 중점학교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한데 역차별이 아닌 과도기라고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경기고, 계성여고 등 서울 지역 32개 일반고 교장들이 참석했다.

이날 만남은 서울교육청의 일반고 전성시대 태스크포스(TF)팀이 준비한 교육계 연쇄 간담회 중 두번째 일정이다.

앞서 조 교육감은 1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시내 25개 자사고 교장단을 만나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을 추진하는 자사고에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고 제시했다.

조 교육감은 17일 자사고 및 일반고 교사, 교육단체 대표자 등과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은 같은 날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원하는 자사고에 대한 지원 방안도 공식 발표한다.

andre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