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대통령으로 서초동 떠났던 尹…'내란 피고인'으로 돌아와

대통령 당선 후 떠난 尹, 2년3개월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발걸음
영욕의 서초동…檢내부 "상상할 수 없는 일 연달아" "착잡"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 첫 공판준비기일인 20일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형사재판 첫 공판준비기일인 20일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5.2.2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정재민 황두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을 찾았다. 영광의 시간이던 검찰총장, 대통령 신분이 아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호송차를 타고서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돼 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형사재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91년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서초동과 연을 맺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대검 중앙수사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을 거쳐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에서 제43대 검찰총장으로 부임했다.

윤 대통령의 서초동 생활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윤 대통령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지검장 등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여주지청장, 대구고검, 대전고검 검사 등으로 좌천당하는 등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

그는 2016년 12월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하며 다시 서초동에 발을 들였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당시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용하기 위해 고검장급이던 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으로 낮추면서 전례가 없던 파격적인 인사란 평이 나왔다.

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댓글 사건 후속 수사, 이명박·박근혜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수사, 사법 농단 사건 수사 등에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추·윤 갈등'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결국 2021년 3월 4일 서초동에 발을 들인 지 27년 만에 총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는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발돋움해 결국 2022년 3월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대통령은 이후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출퇴근을 이어 오다 같은 해 11월 7일 용산 한남동 관저로 이사하며 서초동을 떠났다. 그해 12월17일 사저가 있는 아크로비스타를 잠시 찾아 이웃 주민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엔 윤 대통령의 서초동 방문 시기에 관심이 쏠렸다.

그는 '친정'인 검찰의 두 차례에 걸친 소환조사 통보에 불응했다.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체포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달 18일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부지법에, 헌법재판소 증인신문 등 변론기일에 참여하기 위해 종로구 헌재를 방문하긴 했지만, 그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문 서초동은 아니었다.

결국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법무부 호송차에 탑승한 채 서초동에 발을 디뎠다. 검찰총장에서 퇴직한 지 4년여만, 대통령 당선 후 한남동 관저로 이사한 지 2년 3개월여 만이다.

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 출신 피고인을 바라보는 검찰 내 시선도 복잡 미묘하다. 한 차장검사는 "착잡한 심정"이라며 "도저히 상상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던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미 일은 발생했고 이제 어쩔 수 없는 수순이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검찰총장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없었다. 사람이다 보니 감정이 개입되지만 일부러 마음을 두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 검찰 내부에서도 서로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