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던 부인 혼자 돌보다 '간병살인' 80대…징역 3년 확정

1·2심 징역 3년…"60여년 함께한 배우자 살해해 엄히 처벌"
"배우자 성실히 부양했고 고령으로 심신 쇠약"…상고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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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치매를 앓던 부인과 함께 극단 선택을 시도하다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2023년 9월 9일 오후 10시쯤 경기 수원시 장안구의 주거지에서 부인 B 씨와 함께 극단 선택을 시도해 결국 B 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2020년 7월부터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B 씨를 혼자 돌보며 지내 왔다. 2022년 3월 B 씨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일상생활이 가능한 고도 치매 단계에 들어갔다.

간병으로 인한 심리적·육체적 부담은 커져만 갔지만 자녀들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이에 A 씨는 자녀에게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휴대전화로 극단 선택 방법에 대해서 여러 차례 검색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독극물을 구매하고 유서를 작성한 뒤 독극물을 B 씨에게 먼저 먹였지만, B 씨가 별다른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자 B 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당초 A 씨는 자살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살인 고의를 확인했지만, B 씨의 사인이 '불상'이라는 부검 결과 때문에 A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1심에서 사인 재감정 등을 통해 A 씨가 B 씨를 목 졸라 살해한 사실이 밝혀졌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과 60여 년을 함께한 배우자인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피해 회복이 불가능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므로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의 남편으로서 피해자를 성실히 부양해 왔고, 피해자는 4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고 고도 치매를 앓아 거동이 불편해 피고인이 간호를 도맡아 왔다"며 "고령으로 심신이 쇠약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돌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참작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극단 선택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실제로 범행 직후 시도했다"며 "자녀들도 선처를 탄원하고 있으며 고령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