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추방 입양인, '홀트 1억 배상' 항소심서 취소…"소멸시효 지나"(종합)

홀트아동복지회 책임 인정한 1심 판결 뒤집혀
"손해배상채권 시효로 소멸" 홀트 패소 부분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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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노선웅 기자 = 40여년 전 고아 호적으로 미국에 입양됐다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추방된 입양인에게 입양기관이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3-2부(부장판사 최현종 배용준 견종철)는 8일 아담 크랩서(한국명 신송혁)가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에서 홀트의 1억 원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신 씨의 정부와 홀트를 상대로 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정부와 입양기관의 책임 모두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재판부는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며 "원고는 성인이 된 1996년, 또는 늦어도 친누나의 입양 및 귀화 서류를 본 2011년경에는 시민권 미취득이라는 손해를 인식했다고 봐야 하는데, 소송은 2019년 1월에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와 같은 국외 입양이 국제인권규범에 따라 시효 적용이 배제되어야 할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며 1심을 취소하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실제 입양 업무를 맡은 기관의 불법 행위를 인정해 홀트에게 1억 원 및 지연이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부에 대해선 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이라는 일반적 의무를 지는 만큼 직접 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신 씨는 1979년 세 살 때 미국에 입양됐지만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를 받다 파양됐다. 열두살 때 입양된 두 번째 양부모에게서도 학대받다 열여섯 나이에 두 번째 파양을 겪었다.

신 씨는 성인이 되도록 시민권을 얻지 못하다가 2014년 영주권 재발급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경범죄 전과가 발각돼 2016년 추방됐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입양 절차 당시 신 씨가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무적자'로 등록돼 있어 기아발견 보고를 마친 뒤 호적을 편제(기아 호적)했다. 이 과정에서 이름은 본명 '신성혁'이 아닌 '신송혁'으로 기재됐다.

신 씨는 이후 국외로 입양됐다. 당시 고아의 경우에는 입양알선기관장의 동의만으로 해외 입양이 가능했다.

신 씨는 2019년 정부와 홀트가 입양아동에 대한 보호 의무 등을 다하지 않았다며 2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홀트는 신 씨를 입양이 진행된 1978~1979년 이후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났으므로 불법 행위에 따른 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 씨가 국내로 추방된 2016년부터 소멸시효를 산정하는 게 타당하고, 후견인으로서 보호의무 위반, 국적취득 확인행위 위반 등은 불법이라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신 씨 측이 주장한 정부의 보호 의무·국적취득 확인 및 조력 의무·사후관리 의무 위반과 홀트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위반 주장 역시 일반적 의무를 부담한 것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대리 입양제도의 위헌성과 국외 입양을 통해 정부가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판결 직후 신 씨 측은 "불법 해외 입양을 주도하고 관리·계획·용인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유감"이라며 "입양 아이들의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국가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기각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