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계 거부" vs "접수 안 해"…공수처-尹측, 기싸움 점입가경
尹 측 "변호인 등록·면담 요청"…공수처 "면담 불가, 선임계는 안 내"
법조계 "모든 일 제쳐두고 협의해야…아마추어 수사, 尹측도 부적절"
- 황두현 기자,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김정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측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변호인 선임계를 두고 가시 돋친 말을 주고받으면서 양측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법조계에서는 "적법 절차 논쟁을 벗어나 기 싸움으로 변질된 양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9일 공수처와 윤 대통령 측에 따르면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오전 10시경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를 방문했다. 다만 수사팀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 10시 30분경 청사를 떠났다. 변호인단은 송진호 변호사 등 10여 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 측이 처음으로 제출하려던 변호인 선임계는 결국 불발됐다.
원인을 놓고 양측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윤 대통령 측은 "선임계를 내면서 협의를 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선임계 제출과 동시에 수사팀과 면담을 원했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통상 선임계를 들고 가면 면담을 한다"며 "정 어렵다면 제출하고 오라고 해야 하는데 일체 연락 없이 민원실에 내고 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당한 상황"이라고 공수처에 날을 세웠다.
반면 공수처 측은 "면담을 할 상황이 아니니 선임계를 먼저 내야 한다는 절차를 말했다"고 반박한다. 변호인 등록이 우선이라는 공식 절차를 안내했다는 취지다.
공수처 관계자는 "선임계가 없으니 누가 변호인인지 (우리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식 등록된 게) 아니라면 사건 정보 유출"이라고 반박했다. 일의 순서를 뒤바꾼 건 윤 대통령 측이라는 것이다.
양측 주장을 종합하면 윤 변호사는 비상계엄 수사팀에 직접 연락해 선임계 제출과 동시에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공수처는 이날 진행된 신임 검사 임용 면접시험으로 면담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권, 체포영장 청구 관할 적법 수사 논쟁을 벌여온 양측이 이번엔 변호인 선임계를 두고 감정싸움을 벌이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체포영장 집행 실패 등으로 내란 수사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생긴 불필요한 갈등이 수사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차장검사는 "선임계 제출 후 면담을 진행해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접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어서 의지만 있다면 바로 면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일정이 맞지 않다면 협의 하에 추후 면담 일정을 조율하는데, 이 사건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협의해야 하지 않느냐"며 양측의 대응에 아쉬움을 표했다.
체포영장 집행이 사실상 가로막힌 상황에서 공수처의 수사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수도권 부장검사는 "변호인을 만나 피의자 입장과 설명을 듣는 건 수사의 기본"이라며 "일정이 맞지 않으면 부장이 아닌 평검사라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한데 괜한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아마추어 같은 수사 역량을 드러내는 하나의 예"라고 꼬집었다.
다만 "(대통령 측도) 선임계를 가져왔으니 지금 바로 만나달라고 하는 것도 적절한 것만은 아니다"고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의 대응도 함께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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