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가스라이팅해 살인교사" 모텔사장 2심도 중형
주차관리인에 건물주 살해 지시한 혐의…1,2심 징역 27년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지적장애가 있는 주차관리인을 가스라이팅해 살인을 교사한 40대 모텔 사장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4-3부(부장판사 임종효 박혜선 오영상)는 8일 살인교사등 혐의로 기소된 조 모 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주차관리인 김 모 씨의 진술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며 보통 평범한 사람으로서도 거짓으로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이고 상세하며 진행 경과까지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김 씨는 중증 지적장애를 갖고 있다"며 "1심과 2심의 태도와 언행, 외부 자극 방식을 봐도 인지 능력과 언어능력 제약이 뚜렷하다"면서 "살인 범행, 수법, 사후 대처 등을 단독으로 계획하고 실행 능력이 없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김 씨의 진술에 부합하고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사정이 다수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적장애를 가진 김 씨를 이용해 상당 기간에 걸쳐 이간질하며 직·간접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살인 의사를 갖게 했고 결국 살해에 이르렀다"며 "피고인은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고 이에 따른 김 씨의 살해 방법도 잔혹하다. 범행을 숨기고 김 씨를 도주하게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적장애를 악용해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편취하거나 장애인 수당도 월세 명목으로 편취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1심에서 양형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이고 형량을 변경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던 조 씨는 2023년 11월 주차관리인으로 일하던 김 모 씨에게 빌딩 건물주 A 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씨는 2022년 9월부터 재개발 문제로 건물주 A 씨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씨가 범행 5개월 전부터 김 씨에게 피해자의 동선을 보고하게 하고 범행도구를 구매하게 시켰다고 보고 있다.
또한 조 씨는 김 씨에 대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김 씨는 2020년 7월부터 3년 4개월간 조 씨의 모텔과 주차장을 관리했는데 이 기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지적장애인인 김 씨가 장애인 수급비를 수령한다는 사실을 알고 모텔 숙박비 명목으로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김 씨는 모텔 객실이 아닌 주차장 가건물에서 기거했다.
앞서 1심은 "상당히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고, 이후에 CC(폐쇄회로)TV를 포맷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조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열린 2심 결심공판에서 조 씨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주차관리인이 지능이 떨어지고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하고 살인을 교사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조 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는 결코 살인 교사를 하지 않았다"며 "김 씨와 친구처럼 가족처럼 살았는데 누명까지 씌운다. 억장이 무너지고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1,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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