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본, 尹 체포 불발 결정적 역할 '경호처' 수사 예고

경찰, 박종준 경호처장·김성훈 경호처 차장 입건 "4일 출석 요구"
공수처, 집행 중 채증 토대로 "법 절차 검토…최우선은 尹"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탄 차량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도착하고 있다. 2025.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이기범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처의 반발로 무위에 그치면서 공조수사본부(공조본)의 경호처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조본은 체포영장을 재집행하거나 영장 유효기간이 만료되면 재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호처를 무력화하거나 협조 없이는 체포영장 집행이 힘든 만큼 수사 카드로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박종준 경호처장, 김성훈 경호처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또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던 상황에 대해 채증해 놓은 상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3일 "공조수사본부는 오늘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했으나, 경호처의 위법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완료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경호처장 및 차장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내일까지 출석 요구했다"고 밝혔다.

공조본은 이날 오전 8시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관저로 진입했다. 이후 육군 수방사 55경비단의 대치를 뚫고 관저 건물 200m 앞까지 다가섰지만 경호처의 저지로 인한 안전 우려로 집행을 중지했다. 관저 경내 진입 후 약 5시간 30분 만이다.

수사관들은 이 과정에서 김 차장을 1차로 맞닥뜨렸다. 김 차장은 "경호법에 따라 경호만 할 뿐이고 영장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 공수처의 전언이다.

이후 수사관들은 이를 뚫고 나섰지만 경호처는 버스로 언덕을 막고 경호처 직원이 다시 길을 막았다. 이에 수사관들은 산길로 올라가 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1~2차에서 대기하던 군과 경호처 인원들이 합류해 최소 200여명이 팔짱을 끼고 막았다고 한다.

이에 결국 공수처 20명, 경찰 80명 등 100명 정도 규모로 진입한 공조본은 부상 우려 등 안전상 이유로 집행을 중지했다.

앞서 공조본은 여러 차례에 걸쳐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공무집행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수처의 경우 오동운 공수처장 명의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경찰이 박 처장, 김 차장에 대해 출석을 요구한 만큼 이들에 대한 공조본 차원의 수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 상황을 채증했고 관련 조치도 추후 검토해서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처장과 차장 부분에 대한 논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신병 처리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호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와 국수본이 법적 근거도 없이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경호구역과 군사 기밀 시설을 시설장의 허가 없이 출입문을 부수고, 심지어 근무자에 부상을 일으키며 무단으로 침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며 "경호처는 불법행위를 자행한 책임자와 관련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