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일 보험사 별건 담당자에 직업변경 알려도 '통지의무' 이행"

보험사 "별건 보험설계사에 유선 고지" 감액 통지에 소송
2심 원고 패소→대법 파기환송…"전달 내용 입력해 문서화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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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같은 보험사에서 피보험자가 동일한 보험계약을 여러 건 체결한 경우, 직업 변경 사실을 한쪽 담당자에게 알려 문서화했다면 '알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재판관)는 A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 씨는 2006년 6월 현대해상과 B 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 계약을, 2017년 10월 운전자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B 씨는 2015년 10월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A 씨는 운전자 보험계약 체결 직후 보험증권에 B 씨의 직업이 '일반 경찰관'으로 잘못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알려 '6종 건설기계 운전자'로 변경했다. A 씨는 2017년 11월부터 증액된 보험료를 납부했다.

2018년 9월 B 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상해보험 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자, 현대해상은 "약관에 규정된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으로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한다"고 통지했고 A 씨는 소송을 냈다.

현대해상 측은 "약관상 직업 변경 시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나 A 씨는 보험계약 조회 권한과 통지수령권한이 없는 별건 보험계약의 보험설계사에게 유선으로 직업 변경 사실을 고지했으므로 통지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보험설계사에게 직업 변경 사실을 이야기한 것만으로는 통지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험변경증가 통지의무 또는 계약 후 알릴 의무의 이행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보험사 1곳에서 피보험자가 동일한 계약이 여러 건 체결된 경우, 위험변경증가 통지 의무를 이행했는지는 △보험사와의 사이에 체결된 계약 내역 △보험사에 알린 내용과 그 경위 △이후 보험사 처리 경과 등을 두루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최초로 발급한 운전자 보험증권에 B 의 직업이 상해보험계약 체결 당시 고지한 '일반 경찰관'으로 기재돼 있던 점을 고려하면, 직업 등 B 에 대한 정보가 운전자 보험계약에도 그대로 이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고는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직업 변경 사실을 통지하면서 운전자 보험계약과 피보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상해보험계약에 관해서도 피고에게 통지가 이뤄진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봤다.

담당 보험설계사가 '상해보험계약 담당자가 다른 보험설계사이기 때문에 직업 변경을 하지 못했고 A 씨가 연락해 변경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모집경위서에 기재했다는 점도 짚었다.

대법원은 "피고가 보험설계사로부터 직업 변경 사실을 전달받아 인식하게 됐고, 피고가 보유·관리하는 내부 자료에 전달받은 내용을 입력해 문서화한 이상 서면에 의해 알리지 않았더라도 직업 변경에 관한 통지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