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 "사회 나아갈 방향 고민하고 이정표 제시"
"헌재, '정치의 사법화' 현상으로 어려운 일 많이 늘어"
"법치주의 통한 기본권 보장 실현 항상 고민할 것"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은 2일 "배려와 공감을 기본으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미래를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조 재판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편향되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재판관은 먼저 "무안국제공항 사고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와 헌법적 가치에 따르는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마음이 무겁고 두렵기까지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재판관은 "지역·성별·세대 간 갈등뿐만 아니라 극심한 정치적·이념적 대립,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침해되는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재판소 역시 새로운 유형의 복잡한 사건들로 인한 심리 지연이나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할 다수의 문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등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법치주의를 통한 기본권 보장이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항상 고민하겠다"며 "제 생각에만 매몰되지 않고 설득과 포용의 자세로 선배·동료 재판관님들과 많은 대화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초대 헌법재판관이었던 알비 삭스의 저서 '블루 드레스' 중 "국가가 실험대에 올랐을 때 판결을 통해 나라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면 판사로서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것", "우리는 우리 자신의 판결에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인용했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사법학과 졸업 후 1992년 판사로 임용돼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친 후 2021년 사직해 법무법인 도울 대표변호사로 활동했다.
현 정부에서 세 차례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합리적인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가했다.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보류했다.
헌재가 2개월여 간의 '6인 체제'에서 벗어나 '8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임 재판관의 임기는 2025년 1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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