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치사' 조폭 부두목 도피행각 도운 혼외자…대법 "처벌 가능"

1·2심 무죄…"생부 도피시킨 것" 친족간 특례조항 유추적용
대법 "친족·동거가족 여부 따라 결정해야…유추적용 안돼"

ⓒ News1 DB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수사기관을 피해 도피 생활을 하는 생부를 도운 혼외자에 대해서는 '가족을 도피시키는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친족간 특례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5월 생부인 B 씨가 강도치사 범죄를 저질러 도피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는데도 2019년 7월~2020년 2월까지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역 근처에서 B 씨를 여러 번 만나 800만 원가량의 도피 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친구와 후배 등에게 부탁해 B 씨가 은신할 장소, 은신처를 옮겨 다닐 차량, 대포폰 등을 확보해 B 씨에게 건넨 혐의도 있다.

B 씨는 호남 지역 최대 폭력 조직의 부두목으로, 2019년 5월 19일 광주의 한 노래방에서 50대 사업가를 감금·폭행해 숨지게 한 뒤 9개월 동안 도피 생활을 해 왔다. B 씨는 해당 범죄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1심과 2심은 A 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형법 151조 2항은 친족이거나 동거 중인 가족이 본인을 위해 범인도피죄를 저질렀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를 B 씨의 혼외자인 A 씨의 경우에도 유추적용했다. A 씨와 B 씨 사이에는 자연적 혈연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 151조 2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A 와 B 사이의 법률상 친자관계 유무에 관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먼저 "형법 151조 2항의 친족은 민법이 정한 법률상의 친족을 말한다"며 "생부가 혼인외 출생자를 인지하지 않은 경우 생부와 혼인외 출생자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혼인외 출생자의 행위에 대해 형법 151조 2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친족간 특례조항이 '친족 또는 동거가족'에 해당하기만 하면 일률적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면서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형법 151조 2항에 따른 처벌 여부는 '친족 또는 동거가족 여부'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구체적·개별적 관계나 상황을 따져 유추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추적용을 허용할 경우 입법자가 명확하게 설정한 적용 범위가 확장돼 입법자의 의도에 반하게 되고, 유추 적용의 기준이 불분명해 법적 안정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저해되며, 이로 인해 형사처벌의 불균형이라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