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어머니 故 이소선 여사, 계엄법 위반 무죄 확정…44년 만

서울동부지법 "게엄포고 위헌·무효 시, 공소사실 범죄 해당 안돼"
동생 태삼 씨 등 집시법 위반 '무죄'…특수감금·특수공집방 '유죄'

전태일 열사 동생 전태삼씨가 9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계엄포고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이소선 여사 재심 사건 첫 공판을 마치고 전태일 바보회 명함 액자를 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9.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와 남동생 전태삼 씨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민호)는 지난 6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여사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981년 7월 13일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지 44년 만이다.

계엄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감금,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태삼 씨 등 3명은 계엄법 위반 혐의 무죄, 집시법 위반 혐의 면소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다"며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이 사건 계엄포고가 해제 또는 실효되기 전부터 이미 유신헌법과 구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해 무효"라며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인 이상, 이사건 계엄포고 제2항 가호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적용된 집시법 조항이 삭제되면서 법령이 폐지돼 면소 판결됐다. 특수감금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형을 선고하지 않기로 판결했다. 유죄가 인정됐으나 특별사면 받아 해당 선고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5월 17일 전국에 확대 실시한 비상계엄 포고령 10호 제2항 가호에 따르면 국가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모든 정치활동을 중단한다. 또 정치 목적의 실내외 집회 및 시위를 일체 금하며 비정치적 실내외 집회는 사전에 신고해야 한다.

당시 검찰은 이들이 계엄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고 1983년 5월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태삼 씨 5명은 2021년 11월 5일 서울동부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여사와 태삼 씨 등 5명은 전국연합노동조합 청계피복지부(청계피복노조)에서 활동하며 1981년 1월 6일 서울시장의 해산 명령을 어기고 1월 18일쯤 노조 사무실 등에서 대책을 논의한 혐의를 받는다.

청계피복노조는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을 계기로 이 여사와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결성한 조합이다.

태삼 씨 등 3명은 1981년 1월 30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소재 한국사무소 소장 미국인 A 씨를 소장실에 가두고 사무실 출입문을 봉쇄한 혐의도 있다. 경찰이 진압하자 석유를 바닥에 뿌려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세 사람은 노조 정상화를 위해 A 씨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농성을 벌이고자 했는데 그가 거절하자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감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여사는 1980년 고려대 등에서 노동자의 비참한 생활을 연설하고 노동권 보장을 외친 혐의로 계엄법 위반죄가 적용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역시 유족의 재심 청구로 2021년 12월 21일 무죄 판결을 받았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