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여친 살해' 의대생 징역 26년…유족 "납득 못해"(종합2보)

법원 "피해자 살해할 고의 확정적…비난 가능성 높아"
피해자 측 "과도하게 가벼운 형량…피해자에 관심 없다" 울분

‘교제 살인’ 의대생 최모(25)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송치되고 있다. 최씨는 지난 6일 오후 서초구 강남역 근처 건물 옥상에서 동갑내기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4.5.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문대 의대생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최 모 씨(25)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정적 상황을 과도하게 인식하고 편향적 근거를 토대로 파멸적인 생각을 하는 정신 병력으로 인해 극도의 불안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부모, 가족, 지인들은 다시 피해자를 볼 수 없게 됐고 앞으로 겪어야 할 정신적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미리 칼을 구입한 점, 피해자를 여러 번 찌른 점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를 살해하겠다는 고의는 확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비난 가능성도 높다"면서 "나이, 환경, 범행 수단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재범 가능성을 넘어서 동종 범행을 저지를 개연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각했다.

최 씨는 지난 5월 연인 관계이던 A 씨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으로 데려간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최 씨와 피해자는 중학교 동창으로 지난 2월부터 교제를 시작한 후 두 달 만인 4월 피해자 부모 몰래 혼인신고를 했다. 이를 알게 된 피해자 부모가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헤어지라고 반대하자 격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 측은 첫 공판에서 불안장애와 강박 등의 영향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했으나, 감정 결과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는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극형 선택이 불가피하고, 비록 사형 집행이 안 되더라도 사형수로서 평생 참회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최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최 씨는 최후진술에서 "피해자, 피해자 가족, 피해자를 사랑하는 사람들께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며 "남은 생을 미안함과 죄책감, 자기혐오와 후회로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법정을 찾은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형을 선고해서 남은 피해자 가족들이 고통과 분리돼 치유되도록 간청드린다. 만천하에 살인자들이 잔혹한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며 재판부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이날 최 씨에게 징역 26년이 선고되자, 유족 측은 "과도한 수준의 가벼운 형량"이라고 반발했다.

선고 후 피해자의 아버지는 "이미 사망한 제 딸의 생명을 가치를 생각해 저를 포함한 국민이라면 납득할 만한 선고를 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재판부는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딸) 꿈을 꾼다. 제정신으로 살 수 있겠나"라면서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26년형으로 보여줬다.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고, 피고인이 의대생이고, 사회에 기여할 거라고 하니 이런 판결이 나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최 씨가 낸 반성문에는 다 본인과 본인 가족 이야기뿐이고 반성을 안 한다"며 "검사가 즉시 항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가볍게 처벌하니 중대범죄가 반복되는 것"이라며 "피고인의 나이를 고려하면 형을 다 채워도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 심각한 형량"이라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