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주심에 '尹 지명' 정형식…'공정성 우려' 법조계 평가는?
법리 검토·기록 정리 등 재판관 평의 주도…탄핵사건 예외 전망
"非주심 쟁점 주도하는 경우 빈번"…헌재 "속도·방향 영항 無"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주심 재판관으로 정형식 헌법재판관(사법연수원 17기)이 지정되면서 일부에서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정 재판관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데다 헌법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탄핵심판의 경우 헌재의 일반 재판과 달리 주심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주심이 심리를 '주도'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결정에 관여하는 정도가 미미하다는 설명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6일 재판관 전원이 참여한 회의를 열고 전자배당 방식으로 정형식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했다.
정 재판관은 서울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판사로 임관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회생법원장, 대전고법원장을 역임했다. 보수적인 성향으로 합리적이면서 법리적 판단이 꼼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는 현 6명의 재판관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이 지명해 재판관이 됐다. 최근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과 동서지간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장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탄핵 피소추인(윤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이 주심이 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주심을 회피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실제 헌법재판소가 심리하는 일반적인 사건에서 주심은 다른 재판관보다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주심은 헌재 소속 연구관들과 기록을 정리해 재판관들에게 탄핵 심리 쟁점을 제시하고 함께 논의하는 '평의'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법리적 검토와 심리 방향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여타 재판관들보다 사건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심판은 모든 재판관이 사건 검토에 깊숙이 관여해 주심이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게 헌재 사정에 정통한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도 문형배(18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재판장을, 이미선(26기) 재판관과 정 재판관이 공동으로 수명재판관을 맡았다. 연구관 10명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려졌다.
재판장은 탄핵심판 변론을 지휘하며 변론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 수명재판관은 재판 준비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 쟁점을 정리해 변론을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재판소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주심은 통상 재판관 회의에서 발제를 맡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서도 "다만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란 무게를 고려하면 주심의 영향은 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헌재의 탄핵심판 사건은 모든 재판관이 참여하기 때문에 주심이 특별히 할 일이 많지 않다"며 "기록을 정리하는 역할로 사건을 리드하는 게 아니라 정리를 도와주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의에서 쟁점을 주심이 정리하기는 하지만 기록을 살펴본 다른 재판관도 얼마든지 다른 쟁점을 언급할 수 있다"며 "주심이 아닌 재판관이 평의를 이끌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당초 이번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을 밝히지 않았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주심 재판관으로 각각 주선회(10기)·강일원(14기) 전 재판관을 지정했다고 공개했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 결정서 작성방식에 관한 내규'에 따른 조치로 예외를 인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심이 누구냐는 재판의 속도나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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