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어기고 전 연인 흉기 살해한 30대…징역 30년 확정

1심 징역 25년→2심 징역 30년…"뉘우치며 사죄하는지 의심"
"피해자, 결별 요구 뒤 수개월 '스토킹 공포'"…대법 상고기각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스토킹범 A씨가 검찰 송치를 위해 28일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3.7.28/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전 연인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보복살인, 특수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2023년 7월 17일 오전 5시 53분쯤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 여자 친구 B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함께 있던 B 씨의 어머니까지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범행에 앞서 법원으로부터 B 씨에 대한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결정을 받고도 2023년 6월 2일~7월 17일 총 7차례에 걸쳐 B 씨의 주거지에 찾아간 혐의도 있다.

A 씨는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던 B 씨와 1년여간 사귀다 헤어진 뒤 2023년 6월 B 씨를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A 씨가 스토킹을 잠시 중단하자 B 씨는 경찰로부터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반납했다.

A 씨는 그로부터 나흘 만에 B 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현장에는 B 씨의 6세 딸도 있었지만 범행 장면은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도 명령했다.

A 씨는 살인 범행의 동기가 피해자의 '스토킹 신고'가 아닌 '스토킹범으로 내몰아 직장생활을 망친 탓'이라고 주장하며 검찰이 추가한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스토킹 신고 후 △법원의 잠정조치를 받은 지 8일 만에 흉기를 구입한 점 △부서 이동으로 인해 적응하지 못한 탓을 돌린 점 △잠정조치로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한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고 있던 점 등을 고려해 보복 살인죄를 인정했다.

A 씨는 "보복 목적이 있던 것이 아니고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2심은 징역 30년을 선고해 형량이 늘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결별을 요구한 이래 피고인에 의해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수개월 동안 피고인의 스토킹 행위로 인하여 극심한 불안감과 공포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법률에 마련된 모든 보호조치를 강구하려고 노력했지만 피고인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또한 "피해자는 이혼 후 홀로 딸을 양육하고 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와 딸의 생계, 요양원에 입원한 아버지의 병원비를 책임져 왔다"며 "유족들, 직장 동료들은 피해자를 잃은 슬픔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여전히 피해자 쪽에서 범행 동기를 제공하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진정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며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사죄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현재까지 피해 회복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일부라도 피해 변제를 한 바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9년 사귀던 여자 친구를 폭행해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고, 2023년 2월 B 씨를 폭행해 골절시켰으나 상호 처벌을 원하지 않아 종결처리 된 전적이 있는 점 등도 고려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