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사 위한 '골수 채취' 숙련된 간호사가 의사 입회 없이 가능"

'전문간호사 골막천자 사건' 파기환송…공개변론 후 결론
"합병증 발생 등 파악 필요할 때는 의사가 지도·감독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골수 검사를 위해 혈액과 조직을 채취하는 업무는 환자 상태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사 입회 없이도 숙련된 간호사가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오전 의료법 위반 행위로 기소된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산하 서울아산병원 의사들이 2018년 4~11월 소속 전문간호사에게 골수 검사에 필요한 골수 검체 채취 업무(골막 천자)를 지시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골막 천자는 혈액·종양성 질환 진단을 위해 골반의 겉면(골막)을 바늘로 찔러 골수를 채취하는 의료행위다. 전문간호사는 부족한 의사 인력을 대신해 수술 및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 의사 업무 일부를 맡는다.

1심은 전문간호사의 골막 천자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진료 보조가 아닌 진료 행위라며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골수 검사는 질환의 진단이나 치료를 위한 본질적·핵심적 의료행위가 아니고,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 자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먼저 "통상의 환자에 대해 후상 장골극 부위에서 시행되는 경우 환자 간의 해부학적 차이가 크지 않고, 골수 검사 과정에서 의료기관별로 표준화된 골수 검사 지침을 준수한다면 검사자의 재량이 적용될 여지가 적다"고 봤다.

그러면서 "골수 검사에 대한 자질과 숙련도를 갖춘 간호사라면 의사가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만으로 골수 검사를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간호사는 골수 검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해부학적 지식과 골수 검사의 과정 및 골수 검사 전·후 간호 등을 교육받고, 나아가 전문간호사는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종양전문간호사의 경우 종양 분야에서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더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다만 골수 검사 과정에서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나 검사 부위의 합병증 발생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 현장에 의사가 입회해 지도·감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체구가 작은 환자 △성인과 같은 정도로 뼈의 형성이 진행되지 않은 소아 등이다.

선고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월 8일 공개 변론을 열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뒤 △골막 천자가 의료행위 또는 진료 보조행위에 해당하는지 △전문간호사의 진료 보조행위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지난 9월 20일 제정된 간호법이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의 보조 행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간호사의 진료의 보조 행위에서 의사의 지도·감독의 정도는 간호사의 자질 및 숙련도 등을 참작해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인 간 면허범위의 근간을 해치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자행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