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담화서 드러난 '5분 국무회의'…비상계엄 '첫 단추'부터 잘못
"적법한 국무회의 아냐" 절차적 하자 지적 이어져
침묵하던 국무위원들 "모두 반대했다"…내란 공범 피할까
- 정재민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윤주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다고 밝히면서 비상계엄의 절차적 흠이 하나 더 추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엄법상 비상계엄 선포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이 사실상 생략된 셈이다. 비상계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이어서 앞으로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 재판 등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무회의 자체가 열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참석 국무위원들의 내란죄 처벌 수위도 달라질 것인지 주목된다. 제대로 된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만큼 국무위원들을 '공범'으로 처벌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 오로지 국방부 장관(김용현)하고만 논의했고 대통령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다"며 "각자의 담당 업무 관점에서 우려되는 반대 의견 개진도 많았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서 현 상황에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실제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대통령실 회신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관련 회의는 지난 3일 오후 10시 17분에서 22분까지 5분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같은 날 오후 10시 24분에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선포 7분 전 '5분 국무회의'를 진행했고 발표까진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국무회의 간사인 행안부 의정관이 참석하지 않아 국무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도 개의에 필요한 최소 정족수인 11명뿐이었다. 당시 회의 참석 및 배석자는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국회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적 국무회의가 기록과 속기, 개회 선언, 종료선언이 이뤄졌나'는 질문에 "이뤄지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윤 의원이 '정확하게 비상계엄을 선포한 국무회의는 국무회의가 아닌 게 맞나'라고 재차 묻자 한 총리는 "위원님의 말씀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간 국무위원들은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방침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명확한 의사를 표현하진 않았다. 전날 국회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기 앉은 국무위원 중 3일 대통령 앞에서 계엄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본인의 의견을 피력한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묻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2명만 손을 들었다.
법조계에선 회의 자체의 절차적 문제점을 들었다. 정승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안건으로 상정, 회의록에 서명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로 국무위원의 승인을 받지 않은 개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단독 행동"이라며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김희균 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명 자체가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서명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서명할 기회도 없었다"며 "국무회의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현재까지 나온 증언을 종합해 봤을 때 윤 대통령이 아닌 국무위원들에게 내란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고 봤다.
한 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당시 계엄에 찬성한 국무위원이 있었느냐는 질의에 "전원 다 반대하고 걱정했다"고 답변했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회의는 의결 사항이 아닌 심의 사항"이라며 "이미 윤 대통령이 작심하고 나왔다. 반대 의견을 표명했으면 법적 책임은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국무회의에 있었다는 이유로 국무위원에 내란죄의 공범 책임을 무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까지 국무위원들이 개입한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적극적인 반대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내란이라 볼 순 없다"며 "사전에 알고 있고 동조했다면,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 찬성했다면 내란죄에 성립하겠지만 단순히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란죄로 볼 순 없다"고 했다.
다만 향후 수사를 통해 국무위원들의 가담 정도가 밝혀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 교수는 "아직까진 한 총리 등의 주장일 뿐"이라면서 "한 총리든 기타 국무위원이 개별적으로 얼마나 대통령과 공조했는가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김재윤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위원으로서 묵인, 방조 등 책임을 다 못했다고 할 수 있다"며 "내란 종사자는 안 돼도 소극적으로 가담으로 볼 수도 있다. 수사를 통해 혐의 사실이 인정되면 기소까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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