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선 후퇴 권한 위임? 법조계 "위헌 소지, 책임총리 일부 가능"
"2선 후퇴, 정치적 수사"…책임총리제엔 "가능하다" 의견도
헌법 71조 '사고·궐위' 해석, 위임 가능 권한 범위 여부도 쟁점
- 정재민 기자, 황두현 기자,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황두현 이밝음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수습책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국정 운영을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위임하는 방안에 이어 책임총리제까지 거론되면서 위헌 논란이 불붙고 있다.
법조계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야당의 위헌적 발상이란 지적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제한적인 경우에만 일부 권한을 한 총리에게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한 총리와 한 대표는 8일 '대국민 공동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은 퇴진 전까지 국정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무위원과 여당이 국가기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은 이를 "2차 내란을 획책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오는 14일에 통과시키겠다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선 대통령의 업무를 한 총리, 한 대표에 일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임 자체가 전혀 가능하지 않다"며 "윤 대통령은 임기와 정국 안정 방안에 대해 일임하겠다고 했지만, 한 총리와 한 대표는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맡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 또한 "대통령의 권한은 위임할 수 없다"며 "질서 있는 퇴진, 2선 퇴진 역시 정치적 수사로 헌법이 규정하는 절차적인 내용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헌법 71조를 근거로 들었다.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사임하거나 권한 정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사람도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며 "한 총리, 한 대표가 얘기한 외교, 국방, 안보, 경제, 민생 전반을 운영한다는 것은 헌법 위반이자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탄핵소추안 표결 불성립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은 만큼 여당에서 거론하는 책임총리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법상으로 책임총리제를 운용할 수 있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이 형식상의 결재만 하면 되는 것"이라며 "행정적인 권한은 한 총리가 실제적 결정을 하고 대통령이 서류상 사인만 하는 것으로 운영될 수 있다. 질서 있는 퇴진이 그런 얘기"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한 대표가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윤 대통령의 현 상황이 궐위 또는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갈렸다.
한 교수는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자로 선거를 거치지 않은 이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선 안 된다"고 했고, 노 변호사는 "한 대표의 경우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의 수장일 뿐인데 어느 나라도 정당이 주체가 된 적은 없다"고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 대표는 헌법상 기관이 아니지만 총리는 가능할 수 있다"며 "김대중 정부 때 김종필 총리가 장관 임명권 절반을 요구했고 김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 위헌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 71조에 명시된 '궐위'와 '사고'를 둔 해석도 이어졌다. 궐위는 '대통령의 사망 또는 사임으로 직위가 공석이 된 경우', 사고는 '질병·해외 체류 또는 기타 사유로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노 변호사는 "사고라는 것은 중병,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로 직무 정지된 경우 등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때만 대행할 수 있을 뿐"이라며 "윤 대통령 본인의 중병,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하야 등을 하지 않는 이상 위임은 어렵다"고 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의 사고, 유고의 경우엔 총리 권한 대행을 만들지만 지금은 해당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이 위임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해석도 엇갈렸다.
장 교수는 "임명권 위임의 경우 위헌이라 보기 어렵고 국군 통수권도 위임이 가능하다. 국군 통수권자의 공백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더 위험해 위임이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일신 전속으로 볼 수 있는 외교권 등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책임 총리는 내치 일부만 하는 것이지 외교, 국방 이런 것엔 책임 총리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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