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별거 아냐" 부하 연가 제한, '출퇴근' 맘대로 한 경찰 간부
갑질·직무태만·부적절 언행으로 정직 2년 처분받자 행정소송
법원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 부하직원 탓…비난 가능성 커"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후배 경찰들의 연·병가를 제한하면서 정작 본인은 지각, 무단 조퇴 등을 일삼은 경찰 중간급 간부가 정직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기동대 소속 A 경감이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정직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경감은 갑질, 직무태만,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2023년 서울경찰청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정직 처분은 경찰공무원 징계 규정상 파면·해임·강등 다음으로 무거운 중징계다.
A 경감은 한 순경이 간염 진단을 받고 병가를 신청하자 "간염 그거 별거 아니야"라며 연가(조퇴) 사용을 종용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부하들의 연·병가를 제한했다.
또 자신이 먹고 남긴 빈 도시락을 부하들에게 치우게 시키고, 자신의 버스 좌석 쓰레기 청소 등을 지시하는 등 사적 심부름을 지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여러 차례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출·퇴근한 점, 부하들에게 "혼자 맛있는 것을 처먹냐? 이 돼지 XX야?"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점, 기동대 버스에서 수시로 부하들에게 조용히 하도록 지시하는 등 근무 분위기를 저해한 점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A 경감은 기동대 출동률 80%를 달성하기 위해 소속 제대원 연·병가와 조퇴를 제한하는 것은 업무상 적정 범위 내 직무수행이라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언행 역시 "직원들과 친하게 지내고자 하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한 가지 사유를 제외하고 나머지 징계 사유는 모두 인정했다. 버스 내 근무 분위기를 저해했다는 징계 사유에 대해선 당시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었던 만큼 해당 행위가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상관인 A 경감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부하직원들의 권리를 부당히 제한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자신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적용해 근무시간을 준수하지 않았는바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 필요성이 상당히 크다"고 질타했다.
또 "A 경감의 비위 행위는 장기간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며 "A 경감은 오히려 부하직원들을 탓하는 주장을 하는 등 비위 행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에 관해 상당한 의문이 들게 하고 그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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