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야근" 뇌출혈 원인 주장했지만…법원 "다른 이유 배제 못해"

"발병 직전 1주일 업무시간 30%↑"…요양 신청 불승인에 불복 소송
"자택서 계속 근무했다고 보기 부족…당뇨·음주·흡연 있기도"

서울행정법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뇌출혈 진단 직전 일주일간 재택근무에 야근까지 단기 과로를 했다며 요양을 신청했다가 불승인돼 불복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가 법원에서도 패소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윤성진 판사는 지난 10월 건설회사에서 해외 영업 및 공사비용 등에 관한 소송 업무를 담당하는 A 씨가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7년 3월부터 일해온 A 씨는 2021년 8월 왼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발생해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후송된 A 씨는 '뇌내출혈'을 진단받았다.

A 씨는 뇌출혈이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에서 비롯됐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을 신청했다. A 씨는 "발병 직전 1주일간 추가로 재택근무를 했고, 사업장에서 근무한 시간과 재택근무 시간에 '야간 근무시간'을 할증하면 근무시간이 이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며 단기 과로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또 "회생절차 중이던 회사에 대해 해외 업체들이 제기한 소송·중재 처리 및 자금조달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높은 정신적 긴장 상태를 유지하던 중 발병했다"며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공단은 "A 씨는 단기 및 만성 과로 기준에 해당하지 않고, 업무상 스트레스도 일상적인 정도의 부담 외에 다른 업무상 부담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요양 불승인 처분을 했다. 불복한 A 씨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의 업무가 원인이 되어 질병이 발생했거나, 기존 질병을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보기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 A 씨는 사업장 근무시간에 재택근무 시간을 합치면 단기 과로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그 근거로 내세우는 이메일 내역만으로는 계속 자택에서 근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재택근무에 관한 회사의 확인서도 A 씨가 재택근무를 하는 동안 근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한 후 회사가 확인서를 작성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플랜트 건설업체의 업종 특성상 공사비 관련 소송 및 중재 업무가 돌발적이거나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라 보기는 어렵다"며 "뇌혈관의 기능에 이상을 줄 극도의 공포, 놀람, 흥분 등을 일으킬 정도의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의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뇌출혈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당뇨, 고지혈증, 음주, 흡연이 있었던 상태였다"며 "감정의 소견 등에 비춰 보면 업무상 부담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촉발된 뇌출혈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에게 있었던 위험인자가 현실화한 결과로 볼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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