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함 금할 길 없어" "침묵 부끄럽다"…비상계엄에 검찰 '부글'
30대 평검사 "엄벌해달라, 치욕의 역사 견딜 수 없다" 호소문
간부 포함 검사 수십명 "위헌, 위법 자인…법, 누구에게나 평등"
- 황두현 기자,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이밝음 기자 =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검찰 내부가 들끓고 있다. 검찰 간부를 비롯한 검사들은 "참담하다", "엄벌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는 형국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인천지검 소속 민경찬 검사(35·변호사시험 8회)가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쓴 '총장님, 선배님들께 드리는 호소문'에는 오후 4시 30분경까지 6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민 검사는 글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수단이 적법하거나 적절하지도 않다", "사태를 책임지려는 모습도 없다", "국가 원수로서의 자질과 품격을 찾아볼 수 없다", "상황 인식, 판단 능력은 과거에 검사로 근무했던 사람이 맞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대통령을 포함해 위헌, 위법한 계엄 관련자들을 끝까지 수사해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최고 권력자 앞에서도 절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또 "검사들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앞에 침묵했다는 치욕의 역사가 기록되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영진 전주지검장(50·사법연수원 31기)은 댓글에서 "공직자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민주주의·법치주의와 같은 헌법 질서와 가치는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이를 수호하는 것은 검사로서 당연한 소명"이라고 남겼다.
김보성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45·35기)은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용기 있는 행동에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법과 원칙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했다. 이어 "검사는 그 법과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수사할 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평검사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30대의 중앙지검 신 모 검사는 "'비상계엄'은 그 행사와 동시에 당장 국민에게 광범위하고 막대한 피해를 가하기에 극히 제한적이고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함에 마땅하다"며 "'야당에 대한 경고'의 도구로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는 발언은 그 권한 행사가 '위헌, 위법'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계엄 사태 앞에서 침묵한 검사, 수사관 중에서 저처럼 매우 부끄럽다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은 것"이라고 한 검사도 있는가 하면 "'비상계엄 사건 특별수사본부'에서 명명백백하게 사실관계를 밝혀주실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였다.
정경진 광주 고검 인권보호관(53·31기)은 별도로 올린 글에서 "검찰의 존재를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줄 중요한 시기"라며 이날 출범한 특별수사본부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토사구팽을 당하더라도 검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업무를 처리하였다는 후세의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소극적인 수사는 검찰의 존재마저 영원히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검사는 "상황에 따라 날 선 칼이 되거나, 칼이 칼집에 들어가거나, 무딘 칼이 되는 그런 칼이 아니라 역대 검찰총장님들께서 계속 역설하셨던 절제와 품격이 있는 칼, 썩은 부위만을 엄격히 도려내는 칼, 좌고우면하지 않는 칼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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