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전세 사기' 20대 딸은 열쇠 업자 불러 '무단침입'

[사건의재구성] 法, 주거침입 교사 혐의 170만원 벌금형…부당 항소
"우편함·고지서 확인, 적절 수단 아냐…소송 등 정상적 방법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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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전세 사기도 모자라 열쇠업자까지 고용해 임차인 집을 무단 침입하려 한 임대인 측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자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김재은 판사는 주거침입 교사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 모 씨(25)에게 벌금 170만 원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30대 남성 강 모 씨(39)는 벌금 150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부당하다며 같은 달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2022년 12월 무자본 갭투자 전세 사기 사건으로 구속된 아버지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김 씨 나이는 24세였다. 김 씨는 회사 운영을 위해 자신보다 15살 많은 강 씨를 차장으로 고용했다.

김 씨는 아버지 소유 서울 강서구, 경기 부천시 부동산들의 임차인 거주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다. 강 씨와 같이 우편함 고지서, 수도 및 전기 사용량이 얼마인지 등만 확인했다.

이후 열쇠업자 2명을 불렀다. 1건당 8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임차인이 거주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동산 4곳(강서구 3곳·부천시 1곳)의 현관문들을 강제로 개방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 김 씨가 강 씨 등과 공모해 두 명의 열쇠업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임차인들이 거주하는 각 주거지 호실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해 출입문 잠금장치를 교환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우편함 고지서, 전기 및 수도 계량기 수치 등을 보고 공실 여부를 판단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 "단 1회 방문했다"며 "임차인이 장기간 집을 비울 가능성, 모르는 사람 호출을 받지 않을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임차인 점유 여부를 판단하는 적절한 수단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시했다.

아울러 "피고인들은 그와 같은 수단의 문제점을 알고 피해자들이 계속 거주하고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소송절차 등을 통한 정상적인 인도 방법을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이 사건 각 주거지 호실에 피해자들이 거주하고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는 상황에서 이를 감수하고도 두 명의 열쇠업자로 하여금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방법으로 주거 침입을 교사한다는 점에 관한 고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이 밖에도 피고인 강 씨가 자백하고 있지만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들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양형 요인에 고려했다.

한편, 김 씨와 강 씨는 이 같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2심은 같은 법원 형사항소3-1부(부장판사 임재훈 이상훈 유환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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