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당했다" 112에 허위신고…대법 "공무집행방해 해당"

공무집행방해 1·2심 무죄…"경찰 투입됐지만 본래 직무 해당"
대법 파기환송…"허위신고 알았더라면 안 했을 대응 조치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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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112에 허위 신고해 경찰이 피해자 보호조치 등을 취하게 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무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11월 17일 오후 1시 35분쯤 B 씨가 "배달원인 척하고 강제로 들어와 추행하고 머리채를 잡았다"며 112에 허위 신고를 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모바일 채팅 앱에서 만난 B 씨에게 "상황극을 하며 촬영하자"고 제안해 승낙을 얻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다른 연출을 이상하게 생각한 B 씨는 A 씨의 집을 떠났다.

그날 A 씨는 112에 B 씨를 신고했고,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며 3회에 걸친 피해자 조사에서 허위 진술을 했다. 그러나 두 명의 채팅 내역만으로도 허위 신고 사실이 밝혀졌고, A 씨도 이를 인정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무고 혐의는 유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50만 원을 선고해 형량이 늘었다. 사회봉사 명령도 200시간으로 늘었다. 1심과 마찬가지로 '경찰이 피고인이 신고한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와 범죄피해자 보호에 관한 업무를 하게 했다'는 주위적 공소사실(위계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다.

다만 검찰이 2심에서 추가한 '있지 않은 범죄나 재해 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했다'는 예비적 공소사실(경범죄 처벌법 위반)과 무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범죄 사건을 수사할 때는 피의자 등의 진술 여하에도 불구하고 피의자를 확정하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모든 증거를 수집·조사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는 판례를 인용, 거짓 신고로 경찰들이 수사를 하게 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그러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어 스마트워치 지급 등 각종 대응 조치를 취하게 한 혐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경우 A 씨의 신고로 관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 강력범죄 수사팀 소속 경찰관들과 순찰차 총 6대 등이 출동해 진술을 듣고 현장 주변 탐문 및 수색 작업을 실시했다.

또 A 씨에게 임시숙소 숙박비 3만 5000원을 지급하고, A 씨를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대상으로 정해 긴급 신변 보호시스템에 등록하고 스마트워치도 지급했다.

대법원은 "경찰은 허위의 신고라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대응조치까지 취했다"며 "위계로써 경찰관의 112 신고에 따른 사건처리 업무, 범죄 예방 업무, 범죄피해자 보호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