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가스라이팅해 살인교사"…검찰, 모텔 사장 2심서 징역 40년 구형

주차관리인에 건물주 살해 지시한 혐의…1심 징역 27년
"장애 이용, 죄질 극히 불량"vs"누명 써 억장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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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지적장애가 있는 주차관리인을 가스라이팅해 살인을 교사한 40대 모텔 사장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27일 서울고법 형사14-3부(부장판사 임종효 박혜선 오영상) 심리로 열린 조 모 씨(45)의 살인 교사 혐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조 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주차관리인은 피고인의 험담과 모함이 없었다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없었다"며 "피고인은 주차관리인이 지능이 떨어지고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피해자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하고 살인을 교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른 중증 지적장애인을 이용해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1심과 같이 징역 40년을 구형했다.

반면 조 씨 측은 주차관리인 김 모 씨가 허위 진술을 해 누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조 씨의 변호인은 "김 씨의 진술은 수사 과정에서 당심까지 계속해서 변경됐다"며 "감형을 이유로 허위 진술을 하기 충분해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씨에 대한 정신감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지적장애 유무만으로 손쉽게 가스라이팅 당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김 씨는 피교사자로서 적합한 인물이 아니므로, 조 씨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살인을 교사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 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는 결코 살인 교사를 하지 않았다"며 울먹였다. 조 씨는 "김 씨와 친구처럼 가족처럼 살았는데 누명까지 씌운다"며 "억장이 무너지고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다음 달 18일로 지정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던 조 씨는 지난해 11월 주차관리인으로 일하던 김 씨에게 빌딩 건물주 A 씨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씨는 2022년 9월부터 영등포 재개발 문제로 건물주 A 씨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씨가 범행 5개월 전부터 김 씨에게 피해자의 동선을 보고하게 하고 범행도구를 구매하게 시켰다고 보고 있다.

또한 조 씨는 김 씨에 대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김 씨는 2020년 7월부터 3년 4개월간 조 씨의 모텔과 주차장을 관리했는데 이 기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지적장애인인 김 씨가 장애인 수급비를 수령한다는 사실을 알고 모텔 숙박비 명목으로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김 씨는 모텔 객실이 아닌 주차장 가건물에서 기거했다.

앞서 1심은 "상당히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했고, 이후에 CC(폐쇄회로)TV를 포맷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조 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한편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1,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