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었다고 해주면 된다' 검찰 핵심 증거…법원 판단 달랐다
"다른 해석 여지"…'거기 맞춰야죠' 발언 "위증교사로 보기 어려워"
고의성 없고 방어권 행사로 판단…검찰 "위증만 유죄 납득 안돼"
- 노선웅 기자, 정재민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정재민 기자 =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제시한 발언들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재판부는 이 대표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부분과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변론요지서를 보낸 행위 등에 대해 검찰과 정반대 해석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으로 진행될 2심 재판에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고, 위증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필요로 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반복하고 이를 언급했다는 사정만으로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고의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날 오후 늦게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검찰이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 대표가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도 "위증을 교사한 행위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이 대표가 앞뒤로 덧붙인 말들을 고려해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세월이 많이 지났고, 정치적으로 적대적 관계에 있던 시장님도 돌아가셨으니 이제는 사실관계에 관해 사실대로 진술해 달라'는 것이거나, '전해 들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면 된다'라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며 이 대표 측 주장을 수용했다.
이 대표가 변론요지서를 건네겠다고 하자 김병량 전 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가 '거기 맞추겠다'고 말한 대목도 검찰과는 반대로 해석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증언을 요청한 김 씨에게 자기 변론요지서를 넘긴 행위도 재판받고 있던 피고인의 입장에서 통상적으로 할 수 있는 방어권 행사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일 통화에서 변론요지서를 보내겠다고 하자 김 씨는 '인지한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 제가 거기 맞춰서 뭐 해야죠'라고 대답하였는바, 이를 김 씨가 변론요지서에 기재된 대로 증언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변론요지서를 제공하며 '우리 주장이었으니까 한 번 기억도 되살려보시고, 우리가 재판에서 주장했던 거'라고도 말하고, 김 씨의 말을 들은 후 '안 본 거 얘기할 필요 없고, 시장님이 어떤 입장이었는지 상기해달라'라고 말하기도 하였는바, 김 씨가 이 같은 답변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대표가 위증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거나, 김 씨가 위증할 것을 예견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는 "이 대표의 요청을 받고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는 것처럼 위증했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김 씨의 위증 혐의 결론 부분에선 "이 대표는 김 씨로 하여금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게 하여 위증을 교사했고, 김 씨는 이 대표의 교사에 따라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해 위증했다"고도 했다.
엇갈린 판결이 나오자 검찰은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법원은) 김 씨가 이 대표의 부탁으로 허위 증언했다고 자백하고, 재판부가 이 대표의 교사행위로 김 씨가 위증했다고 판단했다"며 "김 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범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소를 예고했다.
검찰은 김 씨가 범행을 자백한 데다,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논리를 보강하거나 추가 신문을 거쳐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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