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위증 자백'에도 이재명 위증교사 '무죄' 위증 '유죄' 왜?
상황 설명 및 변론요지서 제공, 방어권 정도 벗어나지 않아
"김진성, 李 요청으로 위증한 걸로 보이지만…李, 고의 없었다"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기사회생했다. 특히 이날 법원이 2018년 이 대표의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김진성 씨의 위증은 있었지만, 이 대표가 교사한 것은 아니다"라는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인 2018년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무죄를 받기 위해 김병량 전 시장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이재명 변호사를 주범으로 몰기 위한 김 시장과 KBS 간의 야합이 있었다'는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일과 같은 달 24일 김 씨에게 전화해 '김병량과 KBS 사이에 이재명을 검사 사칭 사건의 주범으로 모는 협의가 있었다'고 설명하고, 김 씨가 잘 모른다고 하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 무렵 김 씨에게 진술서 작성을 요청하고 김 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변론요지서를 보냈다. 김 씨는 이 대표의 변호인으로부터 증인신문사항을 사전에 전송받기도 했다.
김 씨는 이 대표의 요구대로 위증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1) 이재명 측 변호인의 "김병량은 증인에게 '최철호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 이재명 변호사는 혼자 싸워야 하는 데 더 불리해지지 않겠느냐. KBS 측 고위관계자와 그 문제를 협의 중이다'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예, 들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증언2) 이재명 측 변호인의 "김병량 선거캠프 내에서 'KBS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지 않고, 이재명을 공무원자격사칭 주범으로 몰아서 확실하게 구속되게 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었지요'라는 질문에 "예 그런 분위기였습니다."라고 증언3) 이재명 측 변호인의 "이후 김병량은 최철호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였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증언4) 이재명 측 변호인의 "당시 김병량이 KBS 측 고위 관계자와 협의 중'이라는 말을 증인에게 직접 했나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증언5) 재판장의 "김병량과 KBS 측의 협의가 최철호와 이재명 구속 전에 있었다는 것인가요. 최철호의 구속 시점, 이재명의 구속된 시점을 구분한다면 어느 시점에 협의가 있었나요"라는 질문에 "협의는 이재명이 구속되기 전에 있었습니다"라고 증언하고, 재판장이 재차 "그렇다면 최철호 구속 후 이재명의 구속 전에 협의가 있었다는 말이지요"라고 질문하자 "예"라고 증언6) 검사의 "KBS 측 고위관계자와 무엇을 협의 중이라고 김병량에게 들었나"라는 질문에 "선거 전에 KBS를 상대로 한 이 일이 언론에 불거지면 우리에게 어떠한 실익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협의를 하였다고 들었습니다라"고 증언.검사가 "최철호나 이재명에 대한 고소 취하의 협의였나요 아니면 KBS에 대한 별도의 민사소송에 대한 협의였나요"라고 묻자 "KBS에 대한 고소를 지속하느냐 취하하느냐에 대한 협의였습니다"라고 증언.
구체적으로 문제가 된 김 씨의 증언은 총 6개다. 재판부는 이 중 2번과 3번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증언을 위증으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김 전 시장과 KBS 사이에 있었던 협의'에 관한 진술을 해달라는 이재명의 요청을 받고 법정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않은 사실인 위 협의의 주체 내용 및 그 시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들에 관해 마치 김 전 시장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는 것처럼 위증했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이 대표 증언요청으로 위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 '위증이나 교사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의 통화 후 김 씨가 증언에 이르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이 대표와 김 씨의 통화 당시 김 씨가 증언할 것인지 여부와 구체적으로 어떤 증언을 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당시 이 대표는 김 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 사이의 각 통화 내용은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어떤 사실에 관한 거짓 증언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각 통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 대표의 증언 요청 방식은 요청자가 필요로 하는 증언이 무엇인지에 관한 언급, 증인이 기억하거나 알고 있는 바에 대하여 확인하는 방식의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에 관해 언급하였다고 하여 위증을 요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나아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했던 이 대표가 김 전 시장의 핵심 측근으로서 검사 사칭 사건의 고소 대리까지 한 김 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 당시 이 대표가 처했던 상황 및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문에 대해 설명을 하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대화 과정에서 '고소취소 약속'이나 '김병량 측과 KBS 측 협의의 구체적 내용' 등 피고인 김진성이 모른다고 하거나 부인하는 내용은 배제한 채 김 씨가 기억하거나 동조하는 사항 또는 적어도 김 씨가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진술서 작성 및 김 씨와 변호인과의 면담 등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김 씨가 스스로 파악하거나 알게 된 사실관계에 기초해 진술서 초안 및 수정본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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