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출산휴가도 못 쓰나" 계약 만료 통보…법원 "부당해고"

계약직 연구원 "출산휴가 뒤 복직" vs 병원 "근로계약 기간 만료"
법원 "계약 갱신 기대권 인정…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 없어"

서울행정·가정법원. /뉴스1 DB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출산 휴가 중인 계약직 연구원에게 계약 갱신 의사와 상관없이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송각엽)는 A 병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병원이 근로계약 만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단이다.

지난 2021년 A 병원의 계약직 연구 인력으로 채용된 B 씨는 이듬해 10월쯤 출산 전후 휴가를 사용했다. 당초 B 씨의 계약기간은 1년이었으나 한 차례 갱신돼 2022년 12월 31일까지였고, B 씨가 참여한 연구 사업은 2028년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A 병원은 2022년 12월 출산 휴가 중이던 B 씨에게 "계약 만료에 따라 12월 31일 자로 당연면직된다"고 통보했다.

B 씨는 근로계약을 그대로 종료한 것이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냈지만, 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관계가 유효하게 종료됐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뒤집어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중노위는 "B 씨에게 근로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고 A 병원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계약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중노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계약직 임용 규정에 계약 갱신에 관한 가능성을 분명하게 열어두고 있다"며 "B 씨는 출산 휴가 전 연구 행정 담당 직원에게 '연구 사업이 지속되고 있다면 복직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발송하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A 병원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A 병원은 연구 사업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업무가 고도화했지만, B 씨가 이를 수행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연구과제·업무 내용이 변화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또 B 씨의 업무능력 부족을 확인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며 연구 사업 담당 교수는 B 씨에 대해 긍정적 평가 내용만을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B 씨가 복직할 경우 대체인력과 업무를 조정하는 등의 다른 방법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비에 한계가 있다는 A 병원 주장도 계약 갱신을 거절할 충분한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