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차례 14.5억원어치 프로포폴 불법 판매·투약…의사도 적발됐다

(서울=뉴스1) 이밝음 김기성 기자 = 검찰에 적발된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원 관계자들은 시간당 100만 원을 받고 돈만 주면 사실상 무제한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1860만 원을 결제하고 10시간 넘게 프로포폴을 투약한 중독자, 장시간 투약 후 운전을 한 중독자, 몸을 거누지 못하는 중독자 등 다양한 이들이 해당 의원을 이용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강력범죄수사부장)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약사법 위반,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의사 서 모 씨(64)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2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서 씨 등은 A 의원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총 417회에 걸쳐 합계 약 14억 5800만 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을 불법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시간당 프로포폴 투약 대금 100만원을 받고 결제 금액에 따라 제한 없이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중독자가 하루에 1860만원을 결제하고 10시간 24분 동안 프로포폴을 투약한 경우도 있었다.

투약 시간대도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중독자가 요청하자 오후 10시 30분부터 다음 날 오전 4시 49분까지 심야에 프로포폴 투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메신저로 '(중독자가) 3시간 (의원을) 열어주면 50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며 예약 내역을 공유한 대화도 나왔다.

A 의원은 총책과 자금관리책 등을 따로 두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우선 범행 총책으로 지목된 윤 모 씨(47)는 초기 자금을 조달하고 병원 사무장을 통해 의원을 운영할 의사와 의원 개설자를 섭외했다.

병원 사무장이 프로포폴 공급처를 확보했고 의사 서 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에 다른 사람 명의로 프로포폴을 처방·투약한 것처럼 허위 보고했다.

서 씨는 면허를 대여하고 지난 2023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총 3억 원을 수령, 순이익금만 2억 원을 챙겼다. 서 씨는 당초 한 달에 500만 원을 받기로 했지만 5개월 만에 한 달에 4000만 원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A 의원 상담실장과 간호조무사들은 기존에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유명한 의원 출신으로 드러났다. 상담실장이 가지고 있던 프로포폴 중독자 명단을 관리하면서 영업했고, 간호조무사들은 이전 의원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의 관리 감독 없이 중독자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A 의원은 피부·성형 시술 등 의료 목적을 가장하지도 않았다. 의원 내부에 '피부관리실'을 만들고 프로포폴 투약에 필요한 주사와 투약 장비, 금고 등을 구비했다. 중독자들이 난동을 피울 경우를 대비하고 프로포폴 결제 대금을 관리하기 위해 폭력조직원이 현장을 지켰다.

이들은 프로포폴과 효능이 비슷하지만,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 취급 보고 의무가 없는 에토미데이트를 중독자들이 모르게 섞어서 투약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료기관에서 마약 장사를 한 것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6월 A 의원을 특정한 뒤 10일 만에 상담실장과 자금관리책, 간호조무사 등을 검거했다. 9월에는 프로포폴 판매내역 14억 5800만원을 특정하고 중독자 24명도 적발했다. 총책 윤 씨는 도주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