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했지만 성폭력 범죄 처벌 불가…왜?
法, 성관계 동영상 없어…성범죄 아닌 일반 협박 인정
영상 유포 협박 고소되자 전 연인 살해…징역 30년 확정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성관계 촬영물을 소지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영상 유포를 협박했다면 성폭력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살인·성폭력처벌법·스토킹처벌법·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 씨는 연인 사이이던 B 씨가 헤어진 후 연락을 피하자 피해자에게 "아버지에게 야한 사진을 보내겠다"고 하는 등 총 19차례에 걸쳐 성관계 동영상을 주변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처벌법 혐의로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게 됐고, 피해자와 만나 말다툼을 하던 중 숙소에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성폭력처벌법 14조의3에 따르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만 원 이하인 단순 협박죄보다 가중 처벌하는 것이다.
1심은 "보복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법원은 A 씨가 사전에 숙소를 예약했고 청 테이프를 구매한 점, 범행 이후 피해자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은닉한 사실을 근거로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촬영물이 존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단순 협박죄만 인정했다.
촬영물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아 소지·구입·저장·시청·유포될 위험이 없었다면 있는 것처럼 협박했더라도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이 침해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다.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등이 실제로 생성된 사실이 있어야 한다.
조사 결과 A 씨가 피해자에게 촬영물을 전송한 적이 없고,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협박과 관련한 촬영물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 씨가 협박 과정에서 '포렌식', '복구'라고 말하며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취지로 말했고, 구체적인 영상 내용을 묘사한 점, 범행 당일 촬영한 영상 등을 근거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도 "촬영물이 협박에 이용된 증거가 없다"며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성적 촬영물이 존재한 사실이 없었다면 '촬영물 이용 협박'으로 볼 수 없다. 다만 과거에 성적 촬영물을 가지고 있었다면 협박 당시 소지·유포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더라도 혐의가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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