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노포 '을지OB베어' 사장, 강제집행 침해 처벌 위기 모면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서울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40여 년간 명맥을 이어오다 철거된 을지OB베어의 강호신 사장이 강제집행으로 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했다는 혐의를 벗게 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부동산 강제집행 효용 침해 혐의를 받는 강 씨와 이은해 옥바라지 선교센터 사무국장에게 "범죄의 증명이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시초인 을지OB베어는 1980년 개업해 40여 년간 골목을 지켜왔다. 서울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노가리 골목의 '원조'라고 일컬어지는가 하면,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8년 건물주로부터 재계약 거절 통보를 받으면서부터 지난한 법적 분쟁이 시작됐다. 건물주가 제기한 건물 명도(인도) 소송은 2020년 10월 을지OB베어의 최종 패소로 마무리됐다.

이후 법원은 다섯 차례에 걸쳐 부동산 인도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을지OB베어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부동산 인도 집행은 여섯 번째 시도인 2021년 4월 21일 오전 3시쯤에야 마무리됐다. 강제집행이 종료된 뒤에도 을지OB베어 측과 용역 직원들은 서로 대치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강 씨와 이 국장은 강제집행으로 인도된 부동산에 침입한 혐의를 받았다. 건물 1층 출입구에 설치된 철제 셔터가 떨어지자 그대로 건물 내부로 들어가 누웠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철제 셔터가 설치돼 있던 곳 부근에만 자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장소가 이 사건 부동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피고인들이 부동산에 침입했다거나 침입을 시도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용역 직원들이 누워 있던 피고인들을 촬영하는 등 그 주위에 계속 서 있었고 철제 셔터가 파손된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철제 구조물을 설치했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강제집행 효력이 상실되거나 권리자의 권리실현이 지장을 받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판결 이후 을지OB베어 측은 "앞으로도 소유권에 맞서 싸우는 정당한 우리의 투쟁이 '부동산 강제 집행 효용 침해'라는 꼬리표로 얼룩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