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사건 피해자 최창일씨, 무죄 확정…"검찰 2차 가해 규탄"

최 씨 측 "50년 만에 주홍 글씨 벗겨져…검찰, 사과하라"
50년 전 재일동포 불법구금·강압수사 뒤 6년 옥살이

박정희 정부 시절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고 최창일 씨의 딸 최지자(나카가와 도모코) 씨(왼쪽 네 번째)가 지난 5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황두현 기자 = 박정희 정부 당시 간첩 활동 혐의로 불법 구금돼 6년간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가 징역형 선고 50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 최창일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씨 측 변호인 최정규 변호사는 판결 후 입장문을 통해 "약 50년 2개월 만에 최 씨에게 새겨진 간첩이란 주홍 글씨가 벗겨졌다"며 "대법원판결을 환영하면서 검찰의 2차 가해를 규탄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민간인에 대한 군 보안사의 수사는 불법이지만 재심청구 절차에서도 불법 수사를 인정하지 않고 재심 기각 의견을 개진했다"며 "지난 5월 서울고법 무죄 판결 선고 후에도 상고장을 제출했는데 이는 과거사정리법과 대검 공안부가 배포한 '과거사 재심 사건 대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50년 전 자신들의 과오와 재심절차에서의 2차 가해를 유족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는 지난 5월 최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당시 서울고법 재판부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의 최 씨 진술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과거 판결문과 출입국 조회 내용에 대해서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과거 판결을 바로잡는다고 해서 고인과 가족이 받은 고통이 회복되진 않을 것"이라며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재일동포인 최 씨는 1967년 10월부터 직장이었던 함태탄광 서울 본사 근무 등을 위해 국내를 왕래하다가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1973년 5월 육군 보안사령부(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

보안사는 한국어가 미숙해 자기 방어력이 부족한 최 씨를 영장 없이 69일 동안 불법으로 가두면서 가혹행위 등 강압수사를 진행했다.

결국 최 씨는 1974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될 때까지 6년간 옥살이를 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간 최 씨는 1998년 뇌종양으로 사망했고, 뒤늦게 아버지의 사건을 알게 된 딸 최지자(나카가와 도모코) 씨가 2020년 재심을 청구했다.

ddakb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