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김건희 파일' 작성 지목된 투자사 임원, 2심서도 혐의 부인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른바 '김건희 파일'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투자자문사 임원 민 모 씨가 2심 첫 공판에서도 주가조작 가담 혐의를 부인했다.

민 씨 측 변호인은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홍지영 방웅환 김형배)가 12일 심리한 민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2심 첫 공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공모한 사실이 없고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원심이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라고 판단한 부분도 사실을 오인했다며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블랙펄 인베스트의 투자 담당 직원이자 임원으로 통상적인 투자 업무관리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했던 것이므로 무죄"라며 "그렇지 않아도 실질적인 이해관계에 있지 않고, 불법적인 이득을 취득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추징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는데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 씨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공모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로 2022년 12월 구속기소 됐다.

민 씨는 보석을 청구해 지난해 4월 보호관찰소 신고 및 전자장치 부착, 도망 및 증거인멸 행위 금지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이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권 전 회장의 재판에서 공개한 '김건희'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작성을 지시한 인물로 민 씨를 지목하고 있다. 해당 파일엔 주가조작 세력의 '2차 작전 시기'였던 2011년 1월13일 김 여사 명의의 증권 계좌 인출 내역과 잔고가 정리돼 있어 이를 두고 김 여사의 가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1심 당시 민 씨가 수사 중 해외로 도주하고 블랙펄(투자자문서) 직원으로부터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징역 4년 형과 벌금 50억 원을 구형했다.

1심은 민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선고하며 벌금 1억5000만 원을 추징했다.

1심은 "권오수 등과 공모해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도이치모터스 주가에 시세 조종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며 "더욱이 1년이 넘는 수사 기간 동안 해외로 도피한 사실은 불리한 사정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의 명의로 이뤄진 주식 거래에 대해서는 공모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도, 김 여사의 일부 계좌는 시세 조종에 이용된 것으로 봤다.

민 씨 측은 1심에서도 주가조작에 적극 가담하거나 실행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해외 도피 지적에 대해선 사건 당시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껴 잠시 미국을 다녀온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민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재판을 심리하는 재판부는 권 전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의 상고심이 진행 중인 만큼, 관련 있는 해당 사건의 재판 결과가 나온 뒤 다음 기일을 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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